"피가 모자라"…코로나19로 발길 끊긴 헌혈카페 가보니

복지부 헌혈 독려 SOS에…너도 나도 동참
20대 청년부터 정년 앞둔 경찰까지
"건강검진 받는다 생각하고 헌혈하러 옵니다"
"감염 우려? 밀봉된 1회용 헌혈팩 안심"
  • 등록 2020-05-19 오후 6:14:28

    수정 2020-05-19 오후 10:01:4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헌혈에 동참해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의 절반으로 떨어지자 복지부는 지난 주 금요일인 15일 긴급 재난문자를 보내 헌혈을 독려했다. 문자를 받자마자 시민들 상당수가 동참했다. 헌혈 행렬은 주말에도 이어졌고 현재는 혈액 보유량이 평상시 정상 수준으로 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서울 마포구 한마음혈액원 헌혈카페를 찾은 김연빈(24)씨. (사진=김보겸 기자)
하루 5명 오던 헌혈자…복지부 SOS에 너도 나도 동참

19일 서울 마포구 한마음혈액원 헌혈카페. 오후 3시쯤 찾은 이곳에는 10명 넘는 시민들이 헌혈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까지만 해도 헌혈을 하러 온 시민들은 하루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홍대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고 헌혈을 하면 나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헌혈카페 관계자는 “5월은 통상 봉사시간이 필요한 대학생들이 많게는 하루에 100명씩 찾아와 헌혈을 하지만 저번 주 홍대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는 ‘헌혈카페 건물에도 확진자가 있느냐’, ‘직원 중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없느냐’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결국 하루에 5명만 채혈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전국 기준 하루 적정 혈액 보유량은 2만6000유니트(1유니트는 250ml로 성인 1회 헌혈량)로, 이는 닷새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 15일 적정 수준인 5일치 혈액이 반토막 나자 보건복지부는 전국민에게 ‘SOS’를 요청했다. 코로나19로 헌혈자가 줄어 보유량이 ‘주의’ 단계에 들어섰다며 헌혈을 독려하는 재난문자를 보낸 것이다.

복지부의 도움 요청에 시민들은 응답했다. 헌혈카페 관계자는 “복지부가 문자를 보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재난문자를 보고 헌혈하러 왔다’는 시민들이 대폭 오셨다”며 “다음 날인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도 70여명이 헌혈을 하러 왔다”고 전했다. 적정량의 52%에 불과하던 혈액보유량(2.6일분)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혈에 힘입어 19일 기준으로 적정량의 96%인 4.8일분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헌혈 동참 문자를 보낸 지난 15일 이후, 혈액보유량이 적정량의 96%인 4.8일분으로 늘었다 (사진=대한적십자사)
20대 청년도 정년 앞둔 경찰도

이날 헌혈카페를 찾은 김연빈(24)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헌혈을 꺼린다는 소리를 듣고 친한 동생과 함께 헌혈을 하러 왔다”며 “헌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리 엄마만 해도 헌혈을 하면 감염병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5년 동안 헌혈을 했는데 항상 눈 앞에서 밀봉된 헌혈팩을 뜯어 사용하고, 채혈이 끝난 바늘은 바로 버리는 걸 보고 감염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년퇴임을 앞둔 경찰관도 헌혈에 동참했다. 99번째 헌혈을 하러 온 장영준 서울 마포경찰서 연남파출소장은 “오는 6월에 정년을 맞는데, 그 전에 헌혈 100번을 채우려고 왔다”며 “나이 먹고 헌혈한다고 아내가 싫어하지만 내가 건강하니까 헌혈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내 혈액 상태도 검사를 해 주기 때문에 건강을 검진한다는 생각으로 정기 헌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혈카페에서 채혈 시 사용하는 헌혈팩. 밀봉된 상태에서 사용하고 채혈이 끝나면 바늘은 재사용 없이 바로 버린다. (사진=김보겸 기자)
“감염 걱정 말고 헌혈해 주세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헌혈 비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보건당국은 혈액은 오래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헌혈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가능 인구(만16~69세) 대비 헌혈자 비율은 △2017년 7.4% △2018년 7.3% △2019년 7.1%로 3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는 헌혈 참여가 급격하게 줄어 개인헌혈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명 넘게 줄기도 했다. 헌혈을 예약해둔 145개 단체가 헌혈을 취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황유성 한마음혈액원장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병원에서 그 동안 미뤄왔던 수술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어 혈액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헌혈 장소는 헌혈자의 안전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니 안심하고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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