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석탄화력 하루 빨리 폐쇄해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공동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온실가스 배출량(7억 2760만t·2018년 기준)을 2050년까지 3가지 시나리오(0t, 1870만t, 2540만t)로 감축하는 게 골자다.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탈루, 흡수원,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수소 등 10개 부문별 감축 목표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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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는 탄소중립 그린경제의 첫 발을 뗀 의미가 있다. 윤순진 위원장은 “오늘 공개된 초안은 부문별 세부 집행 방향과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부문별 세부 내용이 잇따라 공개된다. 정부는 10월 말에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계획을 발표하고 4분기에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추진전략, 수송부문 미래차 전환전략 등을 공개한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그린경제 구상을 밝히며 공론화에 나섰지만,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10개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전환 부문(2018년 기준 배출량 2억 6960만t CO2eq)이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윤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석탄화력이 가장 CO2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압박했다.
기후대응 이견에 국회 문턱에 걸린 탈탄소기본법
탄소세 증세 부담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탄소세 신설을 검토 중이다. 탄소세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함유된 탄소량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기업 등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탄소세 부과 여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한 뒤 종합 검토해 추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제에 이어 탄소세까지 내야 하면 기업 입장에선 이중과세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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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쇼크 우려도 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등 탄소를 주로 배출하는 업종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유차·휘발유차 판매 중단까지 논의되면, 자동차 업계로 고용쇼크 우려가 번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박용진), 2040년(이낙연) 등으로 제시했다. 다만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번 시나리오에서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시점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전기요금, 증세, 고용쇼크까지 우려와 이견이 많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올해 상반기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을 마련해 국회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이소영·안호영·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합의를 못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담기로 공언한 기후대응기금 등 관련 예산도 물거품이 된다.
탄소중립위원회 이유진 위원은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향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가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해서 사회적 공론화에 나서야 하며 사회적 갈등관리, 제대로 된 보상 체계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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