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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갈아치운 미 IPO 시장
26일(현지시간)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국 IPO 규모는 890억달러(약 10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급증했다. IPO는 기업이 상장 절차 등을 밟기 위해 실시하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첫 주식 공매를 말한다.
현재까지 IPO 규모는 미국 역사상 최대다. 올해가 절반 남짓 지났음에도 이미 웬만한 한 해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5~2020년 IPO 규모는 매해 300억달러→188억달러→355억달러→469억달러→463억달러→782억달러였다. 닷컴 붐 속에 970억달러를 기록했던 2000년 당시가 한 해 통틀어 역대 최대인데,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게 유력하다. 1995~2000년 인터넷 급성장에 주가가 치솟던 때보다 더 증시가 활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상 주가가 높고 투자 수요가 많을 때 IPO 규모는 늘어난다.
르네상스캐피털의 매튜 케네디 IPO 선임전략가는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밸류에이션(기업이 현재 가치를 판단해 적정 주가를 산정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은 편”이라며 “그 중 상당 부분은 수십년 동안 축적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창업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덕분”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미국 내에서 초기 벤처에 대한 VC의 자금 투자가 워낙 활발하다 보니, 대어급 IPO가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네상스캐피털 집계를 보면 올해 미국에서 총 250개 기업이 IPO에 나섰다. 전년 대비 191% 늘어난 수치다.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218건)를 넘었다.
이 중 최소 9개 기업은 이미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CNBC에 따르면 중국 청소서비스업체 이-홈 하우스홀드 주가는 IPO 이후 380% 폭등했다. 이스포츠 테크놀로지스와 버브 테라퓨틱스의 경우 각각 254%, 174% 뛰었다. CNBC는 “재택 관련 기술주, 헬스케어 혁신기업, 전자상거래 기업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20여년 전 닷컴 붐 때와 마찬가지로 테크 스타트업이 IPO 활황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닷컴 버블 다시 오나 ‘갑론을박’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닷컴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IPO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르네상스 IPO 지수는 지난 23일 기준 1년새 47.08%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36.78%)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뉴욕 증시가 연일 신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IPO 시장의 더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VC인 혹스턴벤처스의 후세인 칸지 파트너는 “회사 이름에 ‘닷컴’만 넣으면 증시에서 가격이 급등하던 때가 있었다”며 “최근 (IPO 시장의) 상황은 1999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묻지마 투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동시에 ‘이번에는 다르다’는 시각 역시 있다. 또다른 우회상장 경로인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시장이 급격히 식으면서 IPO 물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상장했거나 상장을 준비 중인 대어급 스타트업들은 실적이 견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매출이 없는 데도 가치를 부풀려 상장했던 20여년 전 IPO 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