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조윤선·안종범 등 집행유예·무죄…유족들 분통(종합2보)

25일 1심 선고서 이병기·조윤선·김영석·윤학배에 집행유예…안종범 무죄
재판부 "유죄 인정하나 문건 기획·실행한 증거 없다"
유가족들 "선고 결과 받아들일 수 없어…말도 안 돼"
  • 등록 2019-06-25 오후 7:47:05

    수정 2019-06-25 오후 7:47:05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서울 동부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및 활동 방해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법원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원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고 결과에 거세게 반발했다.

조윤선·안종범 등 직권남용 권리방해행사 등 혐의로 기소

서울 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민철기)는 25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방해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정무수석 등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동향을 파악해 정부나 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총괄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시하고 특조위 내부 동향을 파악·보고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7시간 행적 조사 안건 부결을 위한 기획안을 작성·실행하도록 지시하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비서실장 등의 범행은 대통령 비서실과 해수부 장·차관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동원해 각종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문서를 작성 배포하는 등의 조직적 형태로 이뤄졌다”며 “이들 행위 때문에 특조위가 뒤늦은 시점에 조성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특조위 활동 과정을 지켜보던 대다수 유가족과 국민은 진상 규명이 좌절됐다는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유가족들은 국가에 대한 배신감 등을 느끼며 피고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비서실장 등이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 등의 문건들을 기획·작성·실행토록 했다는 검찰 공소 사실 가운데 작성 이외의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획·실행 부분은 공소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어 무효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조위에 파견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3명을 일괄 복귀하도록 해 특조위 설립 업무를 중단시키려 한 혐의는 김 전 장관에게만 적용됐다.

재판부는 또 “이들이 특조위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한 것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으로 하여금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반하는 각종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 (공소가 제기된 범행의) 대부분”이라며 “피고인들의 범행 외에도 다른 권력기관에 의한 정치적 공세가 특조위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특조위 활동이 저해된 부분을 모두 이들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이들의 책임에 걸맞은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정무수석, 김 전 장관에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함께 기소된 안 전 경제수석과 윤 전 차관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직업 공무원인 다수의 해수부 공무원들을 동원했다는 점 △특조위 활동 기간 1년 6개월 동안 지속적이고 조직적·계획적으로 방해 활동이 이루어진 점 △청와대까지 관여한 조직적 범행인 점 등을 들며 구형 취지를 설명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25일 서울 동부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방청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가족들 선고 결과 듣고 오열에 실신하기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법원의 선고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심 선고가 끝난 직후인 오후 3시쯤 서울 동부지법 법정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 설립·활동 방해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말도 안 된다”며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최고 책임자가 (세월호 진실 규명을 위해) 조사하는 것을 방해했다. 법원이 이들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광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무지, 무능, 무책임, 관례에 대해 처벌할 방법은 없는 것이냐”며 “우리 아이들의 죽음은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느냐”며 개탄했다. 이어 “오늘은 비록 실망했지만 법원을 한 번 더 믿어보겠다”면서 “대한민국 법이 얼마만큼 만인에게 평등한 법인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고(故)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씨는 “304명을 수장시킨 사고 책임자들이 어떻게 무죄 판결을 받느냐”며 “희생자들의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판결을 다시 해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1심 판결에 분노했다. 이정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세월호 TF 팀장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행위는 단순히 상급 공무원이 하급 공무원에게 권한 없는 행위를 하게 하는 일반 잡범의 범행에 비유할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열망했던 유가족들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은 행위에 대해 집행유예 형식이라는 가벼운 양형을 선고한 것은 재판부가 세월호 참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측은 1심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40여 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1심 선고를 지켜보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 노란 티셔츠와 조끼를 맞춰 입은 이들은 재판이 진행되기 전 방청석에서 이 전 실장 등을 큰 소리로 비판하다가 법원 직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유가족들은 법정 안에서 “이게 법이냐”, “당신들이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아직 진상 규명을 못 하고 있다”며 고성을 내질렀다. 오열하던 일부 유가족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 전 비서실장 등은 재판정을 떠나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 사건은 2017년 12월 해수부가 자체 감사를 통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수부는 일부 공무원들이 내부 법적 검토를 무시하고 특조위 활동기간을 축소했으며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 문건을 청와대와 협의해 작성한 사실 등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이 이 전 비서실장 등을 관련 혐의로 기소하며 재판이 시작됐고 지난해 3월부터 1년 3개월 총 39차례 공판이 열리며 치열한 법정 다툼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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