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회장, 연기된 비정규직 책자…경총 '숨 고르기'

문 대통령 유감 표명 이후 잡음에도
박 회장 "말할 수 있는 상황 아니다"
  • 등록 2017-05-29 오후 4:14:44

    수정 2017-05-29 오후 5:55:03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데일리 노재웅 양희동 기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불거진 잡음 확산에도 입을 닫았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까지 가세해 비판 수위를 높여 오자 ‘비정규직 입장’에 대한 확대 재생산을 막겠다는 것. 하지만 경총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29일 기자와 만나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양해해 달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날 경총은 김영배 부회장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경총의 비정규직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내달 배포할 예정이던 비정규직 관련 책자의 발간을 미루기로 했다.

경총은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는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에서 시작돼 대기업의 아웃소싱을 통한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불가피한 부분이기 때문에 노사 모두의 일정한 희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경총 측은 “우리의 주장(김 부회장의 발언)은 노동계의 지나친 요구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새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한 것은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공세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총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비판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사회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임을 망각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재계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내자, 관련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총도 정부와 대립을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입장이 다르다면 논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지 서로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계도 경제 현안과 관련해 시급하게 논의할 부분들이 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말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각 경제단체마다 처한 입장이 서로 달라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 5단체 중에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비판한 경총이나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은 정부와 직접 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에게 우리가 따로 입장 정리를 하거나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안된다”며 발언 자체를 피했다.

학계에선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관점에서 재벌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뚜렷한 목표 없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문제가 재벌에 의해 초래됐다는 의식 자체도 검증이 필요하고 그 원인을 다 재벌로 돌리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며 “노동시장은 정부가 시장 자율이나 노동법 개정이 아닌 일방적인 정치 행위로 교란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누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는 소통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정권이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는 대상이 되는 기업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계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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