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변했다..한국 기업과 협력·경쟁관계도 변한다

종합전시회에 이름 등장 안 했으나 이번엔 CES 달궈
삼성과 스마트폰 경쟁-부품 고객사 관계 넘어 '협업'
애플의 '콘텐츠 중심' 기조, 韓 기업 대응도 달라져야
  • 등록 2019-01-09 오후 8:23:10

    수정 2019-01-09 오후 8:23:10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애플이 변했다. 산업 종합 전시회인 CES 2019에서 애플이 여러 차례 주목받고 회자된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창업 초기를 제외하고는 애플은 철저하게 내부 행사를 통해서만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전략과 함께 ‘하나 더(One more thing)’라는 최고경영자(CEO)의 대사가 애플 자체 콘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애플이 외부 종합전시회에서 소식을 전했다.

CES 2019에서 애플이 언급된 것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한국 대기업과의 협업 소식이다. 애플의 이런 변화는 그러나 하루 아침에 등장한 갑작스런 모습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고, CES 2019가 그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퉜던 애플과의 협력·협업 형태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 공식 발표에 처음 등장한 애플

애플 아이튠즈 콘텐츠를 삼성전자 스마트TV에서 곧바로 실행하는 모습. 애플이 타사 기기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전송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첫 사례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보도자료에 애플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애플에 D램이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같은 부품을 공급하고, 애플이 설계한 자체 프로세서(AP)의 수탁생산(파운드리)을 맡는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해왔음에도 공식적으로 애플과의 협력을 발표한 적은 없었다. 애플이 구매자, 계약서상 ‘갑’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동등한 지위에서 협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iTunes Movies & TV Shows)와 ‘에어플레이2’ 서비스를 탑재하기로 했다. 에디 큐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며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사용자들은 가정 내 대형 스크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도 에어플레이와 홈킷 등 자신들의 주요 서비스를 연동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애플은 자사가 확보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철저히 자신들이 만든 기기에서만 동작하도록 통제하는 ‘폐쇄형 생태계’ 전략을 펴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 맥·맥북 시리즈, 애플TV와 애플워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기를 반드시 자사 제품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자체 운영체제(OS)인 맥OS나 iOS를 포함해 모든 환경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는 전략을 취해왔고, 이는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고집을 통해 계속 이어져왔다.

그런 애플이 고자세를 꺾고 개방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와 연동을 시작한 ‘에어플레이’ 기능은 무선으로 영상이나 사진 등을 다른 기기에 전송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가령 아이폰에서 재상하는 영상을 다른 중계장치(애플TV나 전용 케이블 등)없이 삼성 TV에서 바로 보여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애플이 삼성 등 다른 기업과 단순히 판매-구매 계약 관계로 거래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콘텐츠..韓 기업 접근 전략도 변해야

이런 변화는 애플이 ‘콘텐츠 기업’으로 중심 축을 옮기는 모습이 반영된 결과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음향 기기·서비스 업체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다. 당시 인수 배경으로 거론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비츠뮤직’이다. 이를 기반으로 월정액제 음원 유통 서비스인 애플뮤직을 2015년 선보였다. 기존 아이튠즈의 음악 서비스가 MP3 파일을 유통하는 방식이었다면, 애플뮤직은 온라인 상에서 음원을 듣는 스트리밍 방식이다. 당시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하던 형태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음원정보 찾기 서비스 ‘샤잠’ 인수를 완료했다. 음원을 들려주면 노래 제목과 가수 등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모바일 서비스로, 다양한 음원 찾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통해 음원의 흥행 여부를 예측하는 ‘아사이’까지 인수하며 음원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가고 있다.

애플뮤직 실행화면 캡처
동시에 아이튠즈 서비스는 꾸준히 콘텐츠를 확대했다. 2014년에는 교육 콘텐츠를 강화한 ‘아이튠즈U’를 선보였고, 이후에도 인터넷 라디오와 영화·TV 프로그램 서비스 등 다양하게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IT·전자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비롯된 ‘아이폰 쇼크’를 계기로 콘텐츠 중심 전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침체인 만큼, 새로운 수익원으로 비중을 늘리며 사업구조의 중심 축도 옮겨갈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그간 삼성전자와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동시에 삼성전자 등 한국 부품 산업의 최대 고객사”라며 “애플의 전략 변화에 우리 기업들도 대응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류’로 대표되는 K팝 등 콘텐츠를 연계하는 등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수출구조에 다변화를 꾀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