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美 코로나發 흑인 불평등, 플로이드 시위로 폭발

흑인 유혈 시위에 공포 휩싸인 美 도시들
백악관 앞 시위에 지하벙커 피신한 트럼프
인종차별 불만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태
코로나發 흑인 경제적 불평등 문제 겹쳐
트럼프, 강경대응 예고…"테러조직 지정"
美 일부 교민 재산 피해…인명 피해 없어
  • 등록 2020-06-01 오후 8:42:01

    수정 2020-06-01 오후 9:38:35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3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 경찰서 본부 앞에 시위대가 모여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하지나 기자]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남동부에 위치한 주 최대 도시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 데릭 쇼빈(44)은 한 흑인 남성이 20달러짜리 위조지폐로 담배를 사고 있다는 식료품점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 네 명이 탄 차량이 현장에 나타난 이후 17분. 그 흑인 남성은 쇼빈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 의식을 잃고 엎드려 있었다. 목이 눌렸던 시간은 무려 8분46초. 흑인 남성은 “숨을 쉴 수 없다” “목에 무릎이, 제발…” 등의 신음을 내뱉었지만, 쇼빈은 아랑곳않고 계속 무릎으로 제압했다. 흑인 남성의 이름은 조지 플로이드(46). 결국 20분이 채 안 돼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현장 목격자와 CCTV 영상, 공식 문서, 전문가 조언 등을 종합해 재구성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전모다. 쇼빈은 의식을 잃은 플로이드를 보며 주변의 목격자가 “이제 떨어져라”라고 소리쳤음에도 계속 제압 상태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경찰은 끝내 사건에 개입한 경찰관 네 명을 해고했고, 검찰은 쇼빈을 3급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140여개 도시 번진 흑인 시위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한 유혈 시위가 미국에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미국 사회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흑인 시위까지 더해져 주요 도시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한인 사회 역시 긴장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흑인 시위는 미국 140여개 도시로 번졌다.

특히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력 시위가 엿새째 이어졌고, 심지어 총격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최소 5명이 숨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체포된 시위대는 25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국 전역이 갑작스러운 유혈 시위로 무법천지가 되면서 40개 도시는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NYT는 “지방 행정당국이 동시에 통금령을 내린 것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 주 방위군은 수도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텍사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15개주에 5000여명이 동원됐다. 2000명 안팎은 추가 대기 중이다.

미국 당국의 강경 대응에도 흑인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곳은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DC 인근이다. 백악관을 지키는 비밀경호국 직원들이 흑인 시위대와 출동했고, 백악관 인근 연방정부 건물인 보훈처는 시위대에 의해 손상됐다. 심지어 지난 29일 밤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 아들 배런과 함께 지하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에 1시간가량 피신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뉴욕에서는 수천명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 집결해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월가가 위치한 맨해튼 인근 상가들은 약탈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합판 가림막을 설치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약탈과 방화가 횡행했다. 미니애폴리스는 첫 항의 시위가 발생한 지역이다.

美 일부 한국 교민 재산상 피해

이번 사태는 미국 내에서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 문제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1992년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흑인 폭동이 대표적인 전례다. 당시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4명의 백인 경찰에 구타 당했는데, 해당 경찰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데 분노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백인 우월주의 문화는 더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대를 두고 ‘안티파’라 부르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대응해 급진좌파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 등으로 비난했는데, 더 수위를 높여 맹비난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흑인 하층민이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NYT는 “흑인과 라틴계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저임금 노동자들”이라며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현재 국제사회에는 실업 증가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계층간 불만이 고조돼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흑인 폭동, 두 위기가 동시에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며칠간 시위와 폭동이 인종차별 문제를 미국 정치 논쟁의 최전선에 올려 놓았다”고 했다.

한편 일부 한국 교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현재까지 미네소타주 10건, 조지아주 6건,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주 6건, 캘리포니아주 3건, 플로리다주 1건 등 총 26건이다. 다만 아직 인명 피해는 없다.

외교부는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본부에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아울러 미국 내 10개 공관에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유혈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로스앤젤레스 시청사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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