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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무엇이 흔들립니까.”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문무일 검찰총장이 양복 재킷을 벗어 들고 흔들어 보이며 취재진에게 물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자 문 총장은 “옷이 흔들린다. 그러나 흔드는 건 어딘가”라고 물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된다”라고 답했다.
문 총장은 이와 관련, 평검사 시절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1995~2007)이 당선인 시절 때였다. 문 총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확립해야 한다`는 시라크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 `검찰 역사가 200년 이상 된 프랑스에서조차 여전히 반복되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 개개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제도 개혁을 통해 바꿔가야 한다”면서 “(정치적 중립 논란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지만 완전히 벗어나긴 쉽지 않겠다는 게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에서 느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중립이 가능할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문 총장은 “중립이란 용어가 개념에는 있지만 각자 위치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며 “(수사에) 법률 외적인 판단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데 언론 등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1시간 40여분 간 이어진 간담회 말미에 문 총장은 “후배들에게 수사권 조정이란 과제를 물려주지 않고 새로 바뀐 제도에서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해 주자는 개인적 소망을 마무리 짓지 못해 미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 총장은 “조만간 후임 총장이 지명될 것인데 또 어려운 과제를 넘겨주게 돼 굉장히 미안하다.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을 30년 넘게 해 오는 동안 사실은 광주에서”까지 말하다가 감정이 북받친 듯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나머지 소회를 이어가려던 문 총장은 “마치겠다”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