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증가속도 '가계빚' 2배…2금융권 쏠림, 부실뇌관 경보음(종합)

NICE분석…지난해 600조, 전년比 15%↑
저축銀 등 2금융권 기업대출만 41% 폭증
은행권 대출 문턱 높이자 풍선효과 이동
금리인상, 예대율, 주택규제 등 대출옥죄기
부채상환능력 약화, 2금융권 건전성 비상
취약계층 중심으로 선제적 위험관리해야
  • 등록 2018-04-10 오후 5:30:00

    수정 2018-04-10 오후 5:35:07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지난해 자영업 대출이 전년에 비해 15%가량 급증, 일반 가계대출에 비해 2배 가까이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에 비해 금리수준이 높은 2금융권 기업대출(자영업자의 사업자명의 대출)이 40%이상 폭증하는 등 대출의 질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 신 DTI, DSR 등 각종 주택대출규제에 따른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면서 자영업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금융권에 대한 여신심사 관리 강화 등 선제적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금융권 기업대출 쏠림

이데일리가 9일 단독 입수한 NICE평가정보의 ‘가계대출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대출 잔액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영업자의 3분의 1이 넘는 177만5000명이 모두 598조4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에 비해 대출자는 10.8%(17만3000명), 대출금액은 14.9%(77조5000억원)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대출금액 기준으로 가계부채(증가율 8.1%)에 비해 1.8배 빠르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 대출증가율(전년비)은 2013년 5%,2014년 9%, 2015년 14%로 점증하다 2016년 12%로 다소 둔화된 후 2017년 이후 다시 빨라지는 모습이다.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 5년간(2012년 558만2000명 →2017년 559만명) 0.14%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자영업 대출액은 같은 기간 68.9%(354조원→598조원) 급증했다. 자영업자수는 거의 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는 건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경영사정)가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저축은행,상호금융, 카드· 캐피탈사 등 2금융권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자영업자의 비은행대출 증가율은 24.3%로 은행대출 증가율(10.8%)의 2.3배. 이중 2금융권 기업대출이 2016년 증가율(20.2%)의 배가 넘는 41.3%를 찍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13.8%)이나 비은행권(14.2%)이나 큰 차이 없지만 기업대출의 경우 경우 비은행권(41.3%)이 은행권(9.8%)의 4.2배에 달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문턱을 높이자 2금융권으로 기업대출 쏠림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런 풍선효과는 상대적으로 저신용 계층에서부터 나타난다. 자영업 대출중에서도 생계형 대출자(연 소득 3000만원 이하로 대출액 3000만원 이하)는 30만8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11.8%, 대출액은 27조7000원으로 16.5% 각각 늘었다. 생계형 자영업 대출증가율이 자영업 평균 대출 증가율을 앞지른 셈이다.

이세욱 NICE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은행 대출규제에 따라 가계 신용대출은 물론 생계형을 중심으로 자영업대출의 2금융권 이동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대출→부도→부실 악순환 우려

이는 곧 대출금리수준이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여신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2금융권의 부실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은행 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연 3.68%(가계 3.65%, 기업 3.69%).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연 10.83%(가계 14.78%, 기업 8.47%)에 달한다.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대지만 저신용 계층의 경우 연 15∼20%에 이른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리 리스크는 자영업 대출자에겐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부도요인 및 금융업권별 금융취약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때 자영업 대출자의 부도확률은 일반 대출자의 3∼4배, 대출잔액이 1%늘어나면 2∼3배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호성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은 “대출금리와 대출잔액의 변화에 따라 자영업 대출은 일반 대출에 비해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올해 대출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지난해 자영업 대출이 이미 15% 늘어난 만큼 한은 분석대로라면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고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출 총량규제와 예대율 산정기준의 변화도 자영업자에겐 악재다. 대출환경의 변화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출자와 금융회사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가계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기업대출을 받기 위해 즉석에서 사업자명의를 만들어 대출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대출환경이 바뀌면 일선 대출창구에선 이런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미비

이는 개별 금융회사 특히 2금융권 입장에선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자영업 대출의 기대손실비율(2.2%)은 일반 대출(0.47%)의 4.7배에 달한다. 기대손실비율은 개별 대출자의 기대손실액을 총 대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회사 입장에선 일종의 예상손실비율이다.

2금융권의 대응수준은 아직 미비하다. 상호금융의 한 임원은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기존 대출자에 대해선 리스크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다른 임원은 “여신심사 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상태에서 상세한 잠재부실 가능성까지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업권과 상권 특성 등을 반영, 자영업자에게 특화된 여신심사모형 구축을 공언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자 전반의 상환능력, 금융기관의 대응여력 등을 감안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2금융권의 철저한 위험관리를 주문하면서도 자영업자들의 근본적인 회생을 위해선 결국 내수가 살아날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금리상승과 각종 금융규제의 강화는 영세 자영업 대출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적인 리스크관리는 물론 변화된 대출환경을 감안, 이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막판 대출로 연명하려는 모습”이라면서 “내수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자영업자들의 회생은 물론 2금융권의 부실 고리도 끊기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를 생계형, 일반형, 투자형,기업형 등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중 생계형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대출금액이 3억원 이하인 자영업자들이다. 생계형 자영업자 10명중 6명이 40대 이하로 음식업 소매업 도매업 등 주로 초기자본 투입이 적은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 대출

자영업 대출통계는 대상과 기준 등 집계 기관마다 달라 정확한 산정이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자영업자가 사업자명의로 받는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과 개인 명의의 가계대출을 의미한다. NICE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자영업 대출규모를 집계한다. 금융당국도 이 자료를 주로 활용한다. 자영업 대출중 두 대출을 동시에 받는 비율과 개인사업자대출만 받는 비율은 4대 1정도. 두 대출을 동시에 받는 자영업자는 저신용, 고금리 대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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