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이외수 지다…천상병·중광과 독자 마음 훔친 도적

천상병·중광과 '도적놈 셋이서'로 독자 마음 훔쳐
'젓가락 던져 벽에 꽂았다' 등 전설같은 기행도
  • 등록 2022-04-25 오후 11:35:44

    수정 2022-04-26 오전 12:01:06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기인’. 25일 작고한 고 이외수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을 게다.

문인으로서 정해진 시간 내에 마감을 위해 작가를 가둬놓는 일명 ‘통조림’을 스스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술집에서 다른 술꾼끼리 시비가 붙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젓가락을 던져 벽에 꽂아서 상황을 무마시킨 적이 있다는 전설도 떠돈다. 이런 이미지로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는 등장인물의 회상신에서 백풍이라는 이름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25일 작고한 이외수(사진=이데일리DB)
과거 담배는 하루 8갑(160개비)를 피웠다고 하고 젊어서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쓰레기통이나 개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도 있고 한다. 어느 때부터는 TV와 라디오 등 방송에 많이 등장해 그의 진짜 직업이 뭔지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외수는 작가라는 직업이 부끄러울 게 없는 인물이었다. 소설가였고 시인이었고 수필가였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되며 등단했고 1975년 ‘세대’지에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꿈꾸는 식물’과 ‘장수하늘소’는 KBS ‘TV문학관’을 통해 극화되기도 했고 그 외에 ‘겨울나기’, ‘들개’, ‘칼’, ‘사부님싸부님’,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장외인간’,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등도 집필했다.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 때까지’와 에세이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하악하악’, ‘자뻑은 나의 힘’,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등 다수의 작품을 냈다.

그럼에도 가진 것 없던 시절 미스 강원 출신 전영자씨와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고 장년에도 장발 꽁지머리를 트레이드 마크처럼 하고 다닌 것은 그가 기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한 단면이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말을 비꼬아 독설을 날리는 등 SNS를 통해 정치, 사회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내놓은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투병하며 재활에 힘써왔다.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하다 이날 숨을 거뒀다.

생전 친하게 지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순수시인’ 천상병,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스님과 함께 지난 2003년 시와 그림을 엮어 발매한 시화집 제목은 ‘도적놈 셋이서’였다. 세 사람은 이 한권의 책도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독자들은 이들을 ‘도적’이 아닌 ‘도인’ ‘기인’으로 불렀다. 따지고 보면 이들 세사람 모두 시대의 기인이자 문인이었다.

천상병 시인 ‘귀천’의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는 구절처럼 이들이 천상에서 다시 모여 각자 경험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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