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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경영진은 얼마나 큰 각오로 이 자리에 임하고 있습니까? 회사는 정말로 살아날 수 있습니까? ‘걱정하지 말라, 하겠다’고 사장이 직접 말씀해 주시지요.” 한 주주가 질문을 던지자 회장 안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든 시선이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의 입으로 쏠렸다.
도시바가 30일 메모리 반도체사업 분사의 건을 상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다. 일본 제조업체로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주들은 총회가 열리는 회장 입구에 길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주된 관심거리는 회사의 부활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직원들은 이날 오전 7시50분부터 임시 주총이 열리는 치바시 마쿠하리 멧세 주변에 주주들을 위한 안내판을 설치했다. 주총 시작은 10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총회가 열리는 행사장에는 8시20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주주들은 8시30분부터 입장을 시작했고 40분이 되자 검은 정장을 입은 수십 명의 직원들이 주주들에게 회계 자료가 들어 있는 봉투를 나눠줬다. 회장에는 2000석 이상의 좌석이 준비돼 있었다.
오전 10시 주총이 시작됐다. 사토시 사장은 “거듭 걱정을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파산 신청으로 실적 발표시 연결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사토시 사장은 또 “너무 힘든 상황이다. 채무초과 해소 및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을 통한 외부 자금 수혈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사토시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설명이 끝난 뒤 굳은 표정으로 주주들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이 때 한 남성 주주가 큰 소리로 사장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원전 사업을 총괄해 온 시가 시게노리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 메모리 부사장이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대해 “경영 판단에는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경영진을 꾸짖으면서 웨스팅하우스 인수 당시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도시바 주식의 상장폐지 여부, 차질 없는 결산발표 등에 대한 질문과 확인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장이 질문 시간을 제한하자 주주들은 경영진에 원성과 야유를 퍼부었고 한 임원은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1차 예비입찰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 한국 SK하이닉스(000660) 등 약 10곳이 참여했다. 일부 기업은 2조엔(20조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개별교섭을 마무리하고 1~2개월 후 2차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며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가격 외에도 고용유지,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매각대상을 선정한다는 게 도시바측의 입장이다. 도시바 주가는 9시 도쿄 주식시장이 개장한 직후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크게 하락했다. 주총 이후엔 등락을 거듭하며 회복하기 시작해 오후 2시 현재 전일대비 3.4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