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낙태죄 포기 못한 정부…"역사적 퇴행" 여성계 반발·분노

헌재 헌법불합치에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
형법에 `낙태 허용요건` 신설…처벌·허용 규정 일원화
24주 이내 낙태 허용 요건에 사회·경제적 사유도 추가
여성계 "여성 처벌 기조 유지…공동행동 나서겠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 "낙태죄 전면폐지 개정안 발의"
  • 등록 2020-10-07 오후 6:21:40

    수정 2020-10-07 오후 9:45:48

[이데일리 박경훈 이용성 기자]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원칙적으로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이 `역사적 퇴행`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는 올해 내로 낙태죄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왼쪽)과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이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7일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24주로 구분해 허용 요건을 차등 규정하는 등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입법예고는 지난해 4월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헌재는 올해 12월 말까지 형법상 낙태죄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법무부·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부처들은 법률 개정을 논의해 왔다.

만16세 이상 미성년자, 법정대리인 동의 없어도 낙태 가능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4주 이내 조건 없는 낙태 허용이다. 이날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강간, 정신장애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임신 24주 이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도 허용한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나뉘어 있는 처벌 규정도 하나로 통일했다. 현행법 체계는 처벌 조항을 규정한 형법과 임신 24주 이내 처벌 제외 요건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개정안은 형법에 `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해 처벌·허용 규정을 일원화했다. 여기에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에 더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 규정함으로써 낙태죄 조항의 위헌적 상태도 제거토록 했다.

만 16세 이상 미성년자의 낙태도 쉬워진다. 개정안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의 경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받기를 거부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 시술할 수 있다. 만 16세 미만의 경우에는 법정대리인 부재나 법정대리인의 폭행·협박 등을 입증할 공적자료와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의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수 있다.

낙태약도 합법화된다. 개정안은 자연유산유도 의약품 허가를 신청받고 필요한 경우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 상담도 추진하다. 법이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성계 반발 넘어 분노…與 의원도 “전면폐지법 발의”

그동안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간통죄 폐지가 간통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듯 낙태죄 폐지가 낙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낙태죄가 두려워 낙태 않는 여성은 없다. 불법화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실효성 없는 낙태죄 존치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으로 그토록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입법예고안은 여전히 여성을 처벌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으로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동행동을 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개정안은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결국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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