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급등에 떠올린 8년전 긴축발작 악몽…신흥국 `조마조마`

올들어 랠리 이어오던 신흥국 자산 이틀간 급락
26일 MSCI신흥국지수 3%대 추락…통화도 약세
인도·브라질·터키·남아공 등 경상적자국들 `불안`
위축된 매수세에 인도·인도네시아 국채발행 축소
국채매입 늘릴 판…"아직은 긴축발작 재판 아냐"
  • 등록 2021-02-26 오후 9:47:11

    수정 2021-02-26 오후 9:48:16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에서 촉발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신흥국 자본시장과 경제에 경고등을 켜지고 있다.

지난 2013년 겪었던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연상케 하는 상황으로 인해 신흥국 자산가격 하락과 대외자본 유출이라는 악몽을 떠올리는 국가도 등장하고 있다.

신흥국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치도 덩달아 하락 중이다. (블룸버그)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한동안 랠리를 보였던 신흥국 자산은 최근 이틀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1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급등한데 따른 것이었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머징마켓지수는 이날 3% 이상 급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트와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거의 3%나 급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살아나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신흥국 자산들은 동반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이번주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미 국채금리 상승은 8년 전 긴축발작을 연상케 하고 있다. 긴축발작은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예고한 뒤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신흥국 자산 가치를 떨어뜨렸던 사건이다.

앨빈 T. 탠 RBC캐피털마켓 아시아 외환담당 전략부문 대표는 “연준이 어떻게 얘기하든지 간에 현재 시장은 과거 긴축발작과 같은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은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아, 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남아공 란트 등과 같은 신흥국 통화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엔 인도 루피화가 1.4% 이상 급락하며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고 한국 원화도 1.4%나 추락했다. 멕시코 페소화는 전날 5개월 만에 최대인 2.3%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추가 하락 중이다. 한국과 홍콩, 대만 증시도 3% 안팎으로 동반 추락했다. 신흥국 증시는 올들어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며 큰 폭으로 상승한 뒤라 낙폭이 더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3분의2가 신흥국 증시를 가장 선호한다고 답한 바 있다.

심 모 시옹 뱅크오브싱가포르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금리 상승이 전반적인 시장에 더 큰 악재가 될 것인지를 결정할 분기점에 서 있다”며 “금리가 뛴다는 것은 대외 자금조달 비용이 더 높아진다는 뜻인 만큼 경상수지 적자국들에게는 더 부정적인 소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자금 조달 수요는 여전히 큰데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국채를 사 줄 수요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국가도 벌써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근 두 차례 국채 발행 입찰에서 응찰이 저조해 목표했던 국채 발행량을 채우지 못했다. 인도도 국채시장에서의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국채 발행량을 줄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툴 코테차 TD증권 아시아 신흥국 수석 전략가는 “신흥국 당국은 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시장에서 국채 매입을 늘려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여전히 성장이 저조한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미리 오를 경우 주식시장 등 신흥국 자산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는 시장금리 급등이 단기적인 현상이며, 이 때문에 2013년과 같은 대외자본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테차 전략가는 “연준은 여전히 자산매입 축소나 기준금리 인상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만큼 서서히 시장은 진정될 것”이라며 “아울러 지금의 금리 상승도 향후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급등만 없다면) 오히려 신흥국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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