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부인 민주원이 살렸다...'김지은 침실 사건' 직접 증언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비서 김지은(33)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근거 가운데,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여사가 증인으로 나선 ‘상화원 침실 사건’이 있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고소인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 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고, 그 근거 중 이른바 ‘상화원 침실 사건’을 들었다.

민 여사는 지난달 13일 법정에 피고인인 남편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에 대해 직접 증언했다.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와 민 여사가 충남 보령시 죽도 상화원 리조트에 부부 동반 모임을 갔을 당시, 부부가 묵는 방에 김 씨가 새벽에 들어와 두 사람이 자는 침대 발치에서 보고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안희정·민주원 부부(사진=안희정 전 충남지사 인스타그램)

반면 검찰은 “김 씨가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당시 상화원을 함께 방문한 중국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새벽에 옥상에서 만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수행용 휴대전화로 이 내용을 확인한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보호하고자 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주한 중국대사 부부 접대를 위한 상화원 일정 중 안 전 지사가 중국 여성과 만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한중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상화원 침실 사건’은 김 씨 측 증인인 구모 씨가 지난 3차 공판에서 민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구 씨는 “여사가 피해자의 연애사와 과거 행적에 관한 정보를 취합해줄 것으로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안희정 정말 나쁜 XX다. 패 죽이고 싶지만 애 아빠니까 그래도 살려야 한다. 김지은 원래 맘에 안 들었다. 새벽에 우리 침실에 들어와 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내가 수행에서 정무로 보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안 전 지사 측과 검찰의 주장을 숙고한 재판부는 상대적으로 민 여사의 증언을 신빙성 높게 판단했다.

한편, 김 씨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인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안 전 지사 측 증인들의 이러한 증언이 “왜곡된 주장”이라며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협의회는 지난달 12일 트위터를 통해 “유력 정치인의 성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나선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가상의 스토리’가 도를 넘고 있는데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이 길을 가겠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