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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현 한국당 대표가 선출된 2.27 전당대회 이후 야인(野人)으로 돌아가 말을 아껴왔던 김 전 위원장이 대권 포부를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고려할 때 그가 얘기한 총리는 현재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총리가 아니라 내각제 개헌을 전제한 상태에서의 총리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의 한 식당에서 전임 비대위원 일부 및 당 관계자 등과 만찬 회동을 갖고 “정치를 하겠다”며 “앞으로 정치를 하고 어디까지 가도 가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진짜 혁명을 해야 한다”며 “정치 문화와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판을 깔고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뛸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역할이든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치적 목표로 국가주의와 패권주의·대중영합주의 타파를 제시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가주의와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 이 세 개를 뿌리 뽑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보수정치도 진보정치도 없다”며 “이 세 개를 뿌리 뽑는 게 혁명이고 이게 혁명의 꿈. 이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국가권력으로 사회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 아무 데나 칼을 빼고 칼을 들이댄다. 이건 국가사회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또 “권력만 쥐면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 데 만일 국회에서 총리가 선출되는 내각제 국가라면 국정 책임을 집권당이 지게 된다”며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 야당과 손잡고 협조도 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 국회는 그럴 일이 없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미루고 권력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며 “그러다 집권 3년 차가 돼서 대통령이 못하면 출당시키고 우리 편이 아니라고 십자가를 씌워 감옥에 보내고 탄핵하자는 게 한국 정치 패턴. 이게 패권주의”라고 꼬집었다.
이날 약 50명이 참석한 만찬에서는 테이블마다 “김병준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나왔고, “한국당 지지율 30%를 만든 주역은 김병준”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김 전 위원장이 마지막 건배사로 “혁명의 꿈”을 제안하면서 만찬은 마무리됐다.
김 전 위원장은 해당 만찬 회동 뒤 이데일리와 만나 “4월 초에 미국에 가서 책을 써서 오겠다”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5월 중순이면 돌아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으로 복귀 여부와 시점 등을 묻자 “글쎄”라며 “조금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