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CEO스토리]남민우 회장, '도덕경' 번역한 사연

바쁜 경영 활동 중 시간 할애해 1년간 번역
"노자 '도덕경' 가르침 따르면 세상 한층 밝아질 것"
창업 후 IMF 등 총 4번 위기 넘긴 '4전5기' 기업인
최근 청년들에 "닥치고 창업하라" 강조
  • 등록 2019-05-07 오후 12:00:00

    수정 2019-05-07 오후 12:58:45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제공=다산네트웍스)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도덕경(道德經)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면 우리 세상은 한층 더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벤처1세대 기업인 남민우 다산네트웍스(039560) 회장이 ‘도덕경’을 1년에 걸쳐 한글과 영어로 번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덕경은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노자(老子)가 지은 책으로 약 5000자에 상하 2편으로 구성됐다. 남 회장은 상업적인 의도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 도덕경 번역본을 책으로 출간하지 않고 수첩으로 만들었다. 그는 최근 만나는 지인들에게 자신이 번역한 도덕경 수첩을 직접 전달한다.

남 회장은 도덕경을 변역한 이유를 묻자 “도덕경은 우리 사회 가진 자와 있는 자, 짐을 진 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울림이 있는 마음의 수양서”라며 “도덕경의 가르침대로 비우고, 내려놓고, 나누고, 자연이나 물처럼 순리대로 처신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층 더 밝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도덕경 13장에 나오는 ‘총욕약경’(寵辱若驚)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좋은 일이 생기든, 나쁜 일이 생기든 똑같이 놀라고 긴장하라는 의미다. 창업 후 힘든 고비를 많이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지탱해준 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렇듯 도덕경은 남 회장이 첫 창업 후 3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남 회장은 글로벌 통신장비 회사로 자리매김한 다산네트웍스 창업자다. 그는 회사 경영 외에도 벤처기업협회 회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해왔다. 그는 1991년 첫 창업을 한 이후 총 4번의 위기를 겪었다. 그는 이를 ‘4전5기’라고 표현한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남 회장은 대우자동차에 엔지니어로 입사하며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다. 6년여 동안 일했던 남 회장은 ‘대기업 직원으로서는 인생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느낀 후 사표를 던졌다. 이후 2년여 동안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 회장은 창업 초기 미국 실리콘밸리 업체들로부터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유통사업에 주력했다. 그에게 있어 1997년 말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IMF)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미국 거래처에 대금 지급을 하고 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상황이었다. 남 회장은 “서둘러 실리콘밸리로 넘어가 거래처와의 협상을 통해 지급 기일을 6개월 연장할 수 있었다. 현지에 머무는 동안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경험했다. 대금 상환을 겸해 직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 거래처에서 1년여 동안 일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시대를 앞두고 향후 기회가 올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큰 감흥을 받고 돌아온 남 회장은 인터넷 통신장비 사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다산네트웍스는 이더넷 스위치와 광통신장비 등을 잇달아 국산화하며 급성장했다. 2000년에는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남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에도 벤처버블 붕괴(2001년)와 사업지속성 위기(2004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총 네 차례 위기를 경험했다. 특히 2004년 사업지속성 위기 땐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남 회장은 “당시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그때 지멘스로부터 합작법인 설립 제안을 받았다. 지멘스로부터 총 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경영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회사 제품도 지멘스를 통해 유럽시장에 수출하면서 2005년 매출액이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회고했다.

이렇듯 남 회장이 창업한 후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안정화한 다산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6% 증가한 3569억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통신장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나스닥 상장사인 다산존솔루션즈와 코스닥 상장사인 솔루에타(154040)를 포함해 10여 개 계열사를 합친 매출액은 7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남 회장은 창업 이후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청년들에게 “닥치고 창업하라”고 강조한다. 남 회장은 “창업을 하면 그 전에는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또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관점이나 자세도 바뀌고 내공도 쌓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를 통해 축적한 경쟁력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청년 창업이든 인생 2막의 생계형 창업이든 창업의 현장은 훌륭한 교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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