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쪼개기 편성]②세 조각난 '미우새' · 갈라진 '슈돌'

  • 등록 2019-06-07 오전 6:00:00

    수정 2019-06-07 오전 6:33:25

(사진=SBS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정준화 기자] “지상파가 수익 창출만을 염두에 두고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다.”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가 세 조각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이 같은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과도한 PPL로 눈총을 받고 있던 시점에서 유사 중간광고(Premium Commercial Message·이하 PCM)를 늘리겠다는 편성 전략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공영방송 KBS도 최근 간판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를 반토막내 PCM을 확보하면서 비난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SBS는 4월 7일부터 ‘미우새’를 40분씩 3부로 쪼개 방송을 내보내고 있고, KBS는 같은 달 28일부터 ‘슈돌’을 40분, 50분씩 2부로 쪼개 방송을 시작했다. 특히 KBS의 경우 기존 ‘1박2일’과 ‘슈돌’로 구성돼 있던 ‘해피선데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면서까지 방송을 쪼갰다. 해당 시간대에 두 조각난 ‘슈돌’과 함께 신규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2부로 나눠 새롭게 편성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자리 잡고 있던 ‘해피선데이’ 시간대는 사실상 네 조각이 난 셈이다.

지상파의 광고 매출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내놓은 자구책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KBS 당기손실은 6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광고와 콘텐츠 판매 수익이 뚝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다른 방송사와 비교할 수 있는 1/4분기 광고 감소량도 KBS가 - 37%로 가장 크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방송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전체의 광고 매출은 2012년 2조700억원에서 2017년 1조4000억원으로 6700억원이 감소했다. 광고 매출이 줄자 프로그램을 쪼개 PCM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상파의 프로그램 쪼개기가 심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예고했던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이 무기한 중단되면서부터다. 이 안건은 시민단체의 반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부정적 의견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서 지상파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프로그램을 1부나 2부로 나눠 PCM을 넣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방송 시장에서 IPTV 등과 차별하는 이른바 ‘비대칭 규제’의 대표적인 예가 중간광고 금지라고 반박한다. 1973년 석유파동에 따른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금지돼 45년을 이어온 지상파 중간광고 금지를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시청자 A(남)씨는 “짧은 호흡의 동영상 소비는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기 때문에 생긴 패턴이다”라며 “TV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그 패턴과 관계가 없고 특히 TV를 선호하는 중장년의 시청자들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의 어려움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비대해져가는 규모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2018년 방송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종사자는 2012년 1만4226명에서 2017년 1만4355명으로 늘었다. 임원진도 127명에서 155명으로 증가했다. 시민단체들은 ‘꼼수 편성’ 대신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애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인 콘텐츠 경쟁력 확보보다 눈앞의 매출을 위한 편법에만 몰두한다면 매출 감소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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