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열풍'의 숨은 주역 배세영 작가(인터뷰)

‘완벽한 타인’ 각본 ‘극한직업’ 각색 연타석 홈런
“B형 감독 잘 맞아”
“학창시절 거짓말 일기 로맨스 소설 쓰며 작가의 꿈”
“시나리오 작가로서 책임감도 커”
  • 등록 2019-02-18 오전 6:00:00

    수정 2019-02-18 오전 7:22:51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 흥행의 숨은 주역 배세영 작가(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지금까지 이런 유행어가 없었다. ‘극한직업’의 천만 흥행에 고반장(류승룡 분) 대사를 차용한 패러디가 넘쳐난다. 이 유행어가 배세영 작가의 의해서 탄생했다.

“웃으면서 쓴 대사지만 이렇게 풀릴 줄은 몰랐죠. 성격상 진지한 상황을 못 견디는 편이거든요. 고반장(류승룡 분)이 혼날 때 한 번 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넣은 건데 여기저기 다 나오니까 신기해요.”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 누적관객수는 1418만 8037명으로 역대 흥행작 4위 기록이다. ‘극한직업’보다 관객이 더 든 영화는 1위 ‘명량’(1761만 5437명), 2위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 1502명), 3위 ‘국제시장’(1426만 2922명)뿐이다. ‘극한직업’은 문충일 작가가 각본을 쓰고, 배세영 작가·이병헌 감독이 각색했다. 배세영 작가는 지난해 529만명을 모은 ‘완벽한 타인’의 각본도 썼다. ‘완벽한 타인’에 ‘극한직업’까지 큰 흥행을 거뒀다.

배 작가는 “B형 감독과 잘 맞는 것 같다”면서 혈액형에 공(?)을 돌렸다. 영화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감독의 혈액형이 뭔지부터 묻는다고. 그를 ‘SNL코리아’로 이끈 장진 감독도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도 ‘완벽한 타인’의 이병헌 감독도 혈역형이 B형이란다. ‘혈액형 맹신자’라는 그의 말이 어쩐지 코미디 작가답다.

배 작가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2007)를 시작으로 주로 코미디 및 드라마 장르의 각본 및 각색을 했으며, 코미디 장르로 장기를 발휘한 올해 13년차 작가다. ‘SNL코리아’ 시절에는 정치 풍자 코너로 인기를 끈 ‘여의도 텔레토비’의 작가로도 활약했다.

‘워킹맘’인 배 작가에게 소재를 찾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일상이 이야깃거리의 보고다. ‘수원왕갈비통닭’의 탄생도 그랬다. 배 작가의 작업실이 갈비와 치킨으로 유명한 수원에 위치한 덕분이다.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보니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평범한 시간이 소중해요. 이야기를 하거나 듣다가 어느 포인트에서 꽂히면 머리 속으로 가공의 인물들을 집어넣고, 반전도 넣었다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요. 그런 게 일상처럼 돼버려서 친구들이 ‘또 딴 생각하지’라는 핀잔도 주죠.”

배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코미디에 능한 작가답게 인터뷰에서도 유머러스한 면모가 넘쳤다.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담임 선생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 일기를 썼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일기를 써서 내면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해주는데 제 일기만 짧은 거예요. 어린 나이에도 선생님의 관심이 끌려면 센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 내용을 빌려다 아빠가 엄마와 싸웠다, 엄마가 집을 나갔다 이렇게 일기에 적었죠. 그랬더니 정말로 장문의 피드백이 오는 거예요. 선생님은 걱정돼서 쓴 거였는데, 저는 신이 나서 본격적으로 거짓말을 해댄 거죠. 참다 참다 못한 선생님이 아빠를 학교로 불렀는데 들통 나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웃음)

그 당시 담임 선생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어린 그에게서 작가의 소질(?)을 발견했다. 그에게 작가가 될 것을 권했고, 4학년 때에는 문예반에 들도록 끌어줬다. 중학교 시절에도 사건(?)이 있었다.

“저희 중학교 때 외국 로맨스 소설이 인기였어요. 좀 읽다 보니 저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한 번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애들끼리 돌려볼 정도로 화제가 됐어요. 이야기가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화를 내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제 소설을 보는 애들에게 100원씩 걷었는데 선생님한테 걸려서 소설을 쓴 노트를 압수당했었어요. 그때는 ‘끝났다’ 싶었는데 선생님이 저를 불러 ‘이게 다음에 어떻게 되냐’고 물으시더라고요.”(웃음)

배 작가는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만약 꾸중만 들었다면 아마도 작가를 꿈꿀 생각을 못했을지 모른다”며 “좋은 어른을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두 은사에게 고마워했다.

배 작가를 향한 지금의 관심은 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감독의 연출에 따라서 시나리오의 구성과 설정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아예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영화를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 배경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이만큼 주목받는 일이 거의 없다. 배 작가가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제 주변 사람들은 ‘완벽한 타인’에 ‘극한직업’까지 잘 되니까 돈방석에 오른 것처럼 생각해요. 시나리오 작가들은 처음에 고료만 받을 뿐 흥행에 대한 수익을 따로 받지 않거든요. 차츰차츰 시나리오 작가들에 대한 대우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앞으로 더 잘해야 하고, 더 책임감 있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상당해요.”

배 작가는 향후 각색한 ‘해치지 않아’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스텔라’ 등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JTBC와 드라마 대본 집필도 논의 중이다. 연타석 홈런을 치며 검증된 작가로서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계속해서 즐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재미없는 글은 쓰지 말자는 주의예요. 그래야 결과도 좋거든요. ‘믿고 보는 배우’ ‘믿고 보는 감독’이라고 하는데 ‘배세영이 쓰면 재미있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배세영 작가(사진=신태현 작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