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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박인비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박인비는 전날까지 1번홀에서만 2타를 까먹었을 정도로 공략에 애를 먹었다. 마지막 날 안 좋았던 분위기를 끊으면서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단독 선두였던 에이미 올슨(미국)에 5타 차 공동 4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박인비가 첫 홀에서 버디를 낚아내며 타수 차는 4타로 좁혀졌다. 다른 선수였다면 4타 차 간격이 크게 보였다. 그러나 박인비였기에 역전 우승의 희망을 품게 했다.
2번홀(파3)에선 큰 위기를 넘겼다. 티샷이 그린에 떨어졌다가 경가를 타고 밖으로 굴러 내려갔다. 보기를 하면 전 홀에서 버디로 만든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다. 공이 놓인 지점은 경사가 심해 그린 밖에선 홀이 보이지 않았다. 신중하게 경사를 살핀 박인비는 어프로치로 공을 띄웠다. 홀 앞에 떨어진 공은 살짝 지나쳐 50cm 뒤에 멈췄다. 파로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이후 박인비는 긴 파 행진을 계속했다. 버디 기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파 행진을 끊어낸 건 13번홀(파5)이다. 11언더파까지 타수를 줄인 박인비는 선두 올슨을 2타 차로 추격해 충분히 역전까지 노려볼 만 한 위치였다.
갑자기 찾아온 불운이 박인비의 앞을 가로막았노려볼 만홀(파3) 보기에 이어 15번홀(파5)에선 두 번째 샷이 페어웨이 가운데 작은 벙커로 들어갔다. 턱이 높고, 공이 놓인 위치도 좋지 않았다. 겨우 자세를 잡고 스윙을 했지만, 공은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4번째 샷으로 공을 홀 바로 옆에 붙여 파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놨다. 타수를 잃지 않으면 남은 3개의 홀에서 다시 한 번 역전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나면서 두 번째 보기가 나왔다. 선두와 타수차는 다시 4타 차로 벌어졌고, 남은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지 못한 박인비는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전인미답의 ‘슈퍼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15년 커리어 그랜드 슬램,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성공했다.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하나 남은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를 추가하면 ‘슈퍼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쉽게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박인비는 “5개 메이저 대회를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면서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것도 투어 생활 중간에 결정된 것이기에 남은 시간 안에 우승하면 좋지만, 못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박인비는 2012년 이 대회에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건 2015년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