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영업사원이 대리수술…무너진 의료계 신뢰

이번 달에만 2차례 대리수술 적발
석방 10일 만에 영업 재개한 의사도 있어
시민들, 수술실 CCTV 의무화 등 의료법 개정 촉구
  • 등록 2018-09-24 오전 12:00:00

    수정 2018-09-24 오전 12:00:00

간호조무사가 대리수술하고 있는 울산의 한 여성병원 CCTV 장면 (사진=울산경찰청 제공)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이 집도해야 할 수술을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맡긴 의사들이 잇따라 적발되며 의료계의 모럴헤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은 2014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제왕절개 봉합과 요실금 수술 등 총 721번의 수술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 하도록 지시한 울산의 한 여성병원 원장 A씨를 의료법 위반과 보건범죄단속법(부정의료업자)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A씨는 간호사 등이 대리수술을 하는 동안 병원에서 외래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병원은 이 같은 무면허 의료 행위로 요양 급여비 10억여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챙기기까지 했다.

지난 7일에는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집도시켜 환자를 뇌사상태에 빠뜨린 부산의 한 정형외과 원장 B(46)씨가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B씨는 조사과정에서 “외래환자 때문에 바쁘니 먼저 수술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사원 역시 자신이 판매하는 의료기기의 납품 계약을 이어가기 위해 병원 원장인 B씨의 지시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2000만원을 내고 석방됐다가 10일 만에 고객들에게 영업 재개를 알리는 문자를 보내고 다시 진료를 시작해 또 한 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문의가 의료기기 영업사원에 대리수술 시켜 환자 뇌사


현행 의료법상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키면 병원에는 영업정지 3개월, 의사에게는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해야만 적용할 수 있고 이마저도 병원이 법원에 행정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인정되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동익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이나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수술실 CCTV 촬영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민사회에서도 관련 의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0일 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수술실이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환자의 의식이 없기 때문에 내부 제보나 CCTV가 없는 한 유령수술 시행 여부를 절대 알 수 없다”고 비판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대리 수술 의사의 면허 취소·실명 공개를 촉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특히 한 청원인은 “의료법을 위반해 의사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1~3년 후 재교부 신청을 하면 거의 승인이 된다”면서 “2015년 이후 재교부 신청을 한 41명 중 40명이 재교부 승인을 받아 다시 의사 자격을 회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전문직종에 비해 의사, 변호사는 관련법 위반으로 자격이 취소되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별다른 자격시험 응시 없이 자격이 회복되는 데 이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 “자격이 없거나 도덕성이 결여된 자, 범죄자가 쉽게 복귀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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