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CEO스토리]낡은 아파트…바퀴벌레가 싫어

  • 등록 2019-05-25 오전 6:00:00

    수정 2019-05-25 오후 1:40:06

김상용 이지웰페어 이사회 의장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지금 제주도에 있습니다. 서울에 가면 소주 한잔 하시죠.”

국내 1위 복지서비스 기업 이지웰페어를 창업한 김상용 의장. 2년 전 전문경영인에 회사 운영을 맡긴 후 현재 이사회 의장 역할만 하는 그에게 기자는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과거 보다 밝아진 그의 목소리. 김 의장은 현재 제주도에 거점을 두고 회사 신사업 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지난 2003년 창업한 이지웰페어는 기업복지부터 사회복지까지 요구에 따라 복지제도를 설계하고 이용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사업에 주력한다. 이지웰페어는 국내 복지서비스 아웃소싱(외주)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하며 이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이어간다. 2013년에는 코스닥을 통한 기업공개도 일궜다. 지난해 매출액은 731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복지서비스 분야에 한 획을 그은 김 의장. 그의 창업 동기를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단어가 ‘바퀴벌레’다. 김 의장은 전북 부안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년기에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어렵사리 학교를 다녔다. 대학을 진학한 후에도 막노동과 함께 가락시장 채소배달 등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유수 호텔에 취업을 했다. 이후 결혼도 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12평 남짓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퇴근 후 그는 또 다른 업무에 직면해야 했다. 바퀴벌레를 잡는 일이었다. 잠들기 위해 불을 끄면 여기저기서 바퀴벌레들이 기어 나왔다.

여느 날과 같이 바퀴벌레와 씨름을 하고 잠을 청하려 한 김 의장. 그의 눈에 잠든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이대로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굳은 결심을 한 김 의장은 회사에 사표를 낸 후 광화문에 있는 한 작은 사무실을 빌려 책상 두 개를 들이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김 의장은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직원들에 복지카드를 발급, 자기계발과 여가, 건강관리 등을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 아이템을 구상했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선택적 복지’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으며, 때문에 창업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반전은 있었다. 창업 후 2년이 지난 2005년. 정부에서 ‘공무원 맞춤형 복지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복지서비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던 공공기관들. 이후 이지웰페어에는 전국 각지 지자체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김 의장은 당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러 다니기에 바빴다. 이지웰페어는 그렇게 공공기관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복지서비스 정책이 공공기관에서 일반기업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굴지 대기업들까지 거래처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지웰페어가 우리나라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쉼 없이 달려온 김 의장. 그는 2017년 초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후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만 활동한다. 그는 경영 일선 복귀를 묻는 질문에는 “언젠간 해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 의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지웰가족복지재단’을 설립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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