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미투]방관하는 친구, 묵인하는 교사…견고한 `침묵의 카르텔`

50명 중 1명은 학폭 피해자…두 번 우는 피해자들
피해자 10명중 2명은 학교폭력 신고 안해
`말해봤자 해결 안되겠지`생각이 가장 앞서
`침묵=폭력` 학교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 필요
  • 등록 2019-05-31 오전 6:20:00

    수정 2019-05-31 오후 1:50:37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입학식.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연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기자] 가수 효린, 밴드 잔나비 멤버, 아이돌 연습생 윤서빈 등에 대한 `학폭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의 학창시절 행적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교실 속 `침묵의 카르텔`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고도 모른 척하는 친구·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알지만 묵인하는 교사가 쌓아올린 침묵의 카르텔이 학교 폭력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해자 중심의 학교폭력 인식에서 벗어나 학교 구성원 모두가 책임자라는 공감대를 갖고 침묵을 깨야 한다고 조언한다.

친구는 방관하고 교사는 묵인하고…주변인의 침묵

최근 진행된 학교 폭력 관련 조사를 보면 교실 속 침묵의 현장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월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중 2.4%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 50명 중 1명 꼴이다. 두 학급에서 한 명 정도는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의미다. 그러나 나머지 학생 중 적극적으로 피해 학생을 도와주는 경우는 적다. 해당 조사에서 학교 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34.1%는 그저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히는 친구를 말리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못 본 척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나 부모님, 경찰 등에게 학교 폭력 사실을 알렸다는 비중은 20.8%에 그쳤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권솔(15·가명)양도 “괜히 도와줬다가 나까지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무섭다”며 “형제·자매가 아니라면 딱히 나설 생각이 없다”고 했다.

교사들도 침묵의 카르텔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굳이 나서서 일을 키우지 않겠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징계를 내릴 경우 가해학생 학부모의 저항이 큰 데다 후속 업무가 크게 늘어나 수업 등 본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설명이다. 인천 한 학교 현직 교사 김모(38)씨는 “학교폭력이 접수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부터 상담, 학부모 면담까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늘어난다”며 “심지어 학폭위 결과에 불응해 교육청에 재심을 요구하거나 행정심판까지 가게 될 시 교사의 업무는 마비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좋은학교운동에 따르면 교사 중 학폭위 업무 이관이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도 83.2%에 달했다. 학폭 관련 업무가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교사운동은 “학교폭력 업무 가운데 학생·학부모 대응 업무만 줄어도 교사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점점 입 닫는 피해자들…`침묵=폭력` 공감대 필요

문제는 친구와 교사의 무관심이 피해 학생들을 더욱 침묵하게 만들어 학교폭력을 키운다는 점이다. 주변의 무관심이 피해 학생들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폭력 예방 시민단체 푸른나무 청예단의 최희영 센터장은 “피해 학생으로서는 방관자가 많을수록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며 “오히려 방관자들을 보며 가해자들이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주변의 무관심이 학교 폭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이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8명만이 신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는 원인으로 32%의 학생들이 ‘알려도 해결이 안 될 것 같거나’·‘스스로 해결하기 위해’를 꼽았다. 주변인들의 무관심이 신고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교실 속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선 ‘방관=폭력’이라는 폭력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미숙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교수는 “방관도 폭력이 될 수 있으며, 방관이 아닌 방어가 필요하다는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며 “가해자나 피해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학교 구성원 전체가 학교 폭력에 책임자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피해자들이 교실을 벗어나 제3의 센터 등을 활용해 침묵을 깨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스쿨 폴리스, 상담센터 등 교사·가족 등을 제외하고도 학교 폭력과 관련해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학교 폭력은 더 이상 참고 견뎌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적극적으로 상담기관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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