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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흑백 TV 첫 韓 세계 1위…아쉬움 남는 1998년 대우의 1위 도전
사실 많은분들이 한국의 TV시장 세계 1위가 2006년 삼성전자가 선보인 와인잔을 닮은 ‘보르도 TV’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TV시장 1위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에서 TV를 처음 생산한 기업은 금성사(현 LG전자)로 1966년 8월 국내 최초 흑백 TV ‘VD-191’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삼성전자는 4년 뒤인 1970년 일본 산요와 합작해 흑백 TV ‘P-3202’를 생산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는 1976년 국내 첫 컬러 TV인 ‘SW-C3761’를, 금성사는 이듬해인 1977년 컬러 TV ‘CT-808’를 각각 개발·생산했습니다.
우리나라 처음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1987년 흑백 TV를 통해서입니다. 당시는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빠르게 전환되던 시점이었지만 가전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이름을 올렸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우그룹은 IMF외환위기 직전이던 1997년 7월, 프랑스 국영기업이었던 톰슨(Thomson)그룹의 TV사업부문인 ‘톰슨 멀티미디어’(TMM)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TMM은 유럽에서 필립스에 이어 TV시장 2위, 북미 시장에선 1위 업체였습니다. 이 회사를 인수하면 대우전자는 단숨에 세계 최대 TV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노조와 언론, 야당 등 국내의 거센 반발로 TMM 인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TMM은 결국 중국 업체인 TCL에 매각됐고 현재 TCL이 세계 4위 업체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TMM 인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우전자는 1998년 1월, IMF외환위기 속에서 그해 컬러TV 생산목표를 1225만대로 잡고 1200만대인 소니를 넘어 세계 1위에 등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그해 11월 1차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이듬해 8월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해체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TV 세계 1위의 꿈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한발 앞선 ‘초격차’로 삼성전자 TV시장 왕좌 등극
보르도 TV 탄생의 주역으로 현재 삼성전자 TV 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개발팀 수석연구원(부장급)이었던 2006년 말 세계 1위 달성 소감을 묻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르도 TV를 잊은 지 한 3개월 됐다. 잘 팔린다니 고생하며 개발한 보람이 있지만 이미 내년 신모델에 올인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준비하는 초(超)격차 전략이 세계 1위 TV의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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