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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의 종방이 안기는 공허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 “무슨 마지막까지 이렇게 완벽한 드라마가 다 있냐”며 울먹일 지경이다. 조금이라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흔한 ‘몇년 후’의 수습이라도 있었다면, 떠나는 이의 옷자락을 이토록 부여잡진 않았을 텐데. 완벽했던 ‘밀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미련은 짙을 수밖에 없다. ‘밀회’를 위한 ‘마지막 밀포트’는 그래서, 역시나 ‘특급 칭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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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밀회’가 베일을 벗었을 때, 질타도 참 많았다. 20세 남자와 40세 유부녀의 사랑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웃고, 이야기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불륜을 미화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언론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두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2014년의 삶이 실제로 스무살 차이의 연상녀와 연하남의 부적절한 관계를 바라보듯 ‘밀회’에 투영된 대중의 생각도 같았다.
비난 여론이 거셀수록 역설적인 느낌을 받았다.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골프채로 홧김에 여자를 죽이는 드라마, 뺑소니가 판치고 약물투약 살인이 비일비재한 드라마, 내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드라마, 비상식과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이토록 많은데도 ‘밀회’ 만큼 윤리적인 잣대가 엄격했던 작품이 있었나 싶었다. 어쩌면 ‘밀회’를 향한 질시는 질투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었다. ‘연상남 연하녀’의 파격 멜로가 아니라서? 유부남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작품은 아직 없었기 때문에? 물론, ‘간통죄’가 성립될 두 사람 관계가 옳다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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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박혁권, 심혜진, 김용건, 김혜은이 극의 탄탄함을 받쳐줬다. 안판석 PD의 ‘진짜 사람들’이라 불리는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이 표현한 삶 자체의 연기는 웰메이드의 결정체로 완성됐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의견은 끊이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수록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두드러졌고 월요일 밤과 화요일 아침, 화요일 밤과 수요일 아침은 늘 ‘밀회’의 김희애와 유아인을 둘러싼 ‘댓글 공방’이 이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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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의 저력은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의 명품 호흡에 있었다. 이견이 없었다. 소재, 설정, 장치, 어떤 부분이 거슬렸던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안판석 PD는 세상에 다시 없을 화면을 보여줬다. 그 안을 촘촘하게 채운 정성주 작가의 대본은 소문대로 ‘문학전집’ 같았다.
안판석 PD의 스타일은 ‘아내의 자격’이나 ‘하얀거탑’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에게 알려져있었다. 그와 오랜시간 작업해온 배우 박혁권의 말처럼 안판석 PD는 매 드라마마다 다른 스타일을 구현했다. ‘아내의 자격’이나 ‘밀회’가 안긴 특유의 햇살 가득한 따뜻한 채도의 화면이나 우아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엔 변함이 없었지만 작품 특징에 맞춘 디테일은 조금씩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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