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밀포트]그래서 '밀회'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요

  • 등록 2014-05-14 오전 7:25:09

    수정 2014-05-14 오전 7:25:09

‘밀회’가 종방됐다.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미니시리즈 ‘밀회’가 끝났다. 그야말로 ‘큰일’이다.

‘밀회’의 종방이 안기는 공허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 “무슨 마지막까지 이렇게 완벽한 드라마가 다 있냐”며 울먹일 지경이다. 조금이라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흔한 ‘몇년 후’의 수습이라도 있었다면, 떠나는 이의 옷자락을 이토록 부여잡진 않았을 텐데. 완벽했던 ‘밀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미련은 짙을 수밖에 없다. ‘밀회’를 위한 ‘마지막 밀포트’는 그래서, 역시나 ‘특급 칭찬’이다.

20세 차이의 연하남과 유부녀의 사랑, 불륜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불륜 미화, 험한 말도 많이 들었다

처음 ‘밀회’가 베일을 벗었을 때, 질타도 참 많았다. 20세 남자와 40세 유부녀의 사랑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웃고, 이야기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불륜을 미화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언론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두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2014년의 삶이 실제로 스무살 차이의 연상녀와 연하남의 부적절한 관계를 바라보듯 ‘밀회’에 투영된 대중의 생각도 같았다.

비난 여론이 거셀수록 역설적인 느낌을 받았다.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골프채로 홧김에 여자를 죽이는 드라마, 뺑소니가 판치고 약물투약 살인이 비일비재한 드라마, 내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드라마, 비상식과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이토록 많은데도 ‘밀회’ 만큼 윤리적인 잣대가 엄격했던 작품이 있었나 싶었다. 어쩌면 ‘밀회’를 향한 질시는 질투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었다. ‘연상남 연하녀’의 파격 멜로가 아니라서? 유부남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작품은 아직 없었기 때문에? 물론, ‘간통죄’가 성립될 두 사람 관계가 옳다는 건 아니었다.

김희애와 유아인.
◇김희애-유아인, 부정할 수 없다

‘비윤리’에 공감하게 만든 건 배우들 덕이 컸다.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누나’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줬던 김희애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만의 우아함은 이미 잘 알려진 터,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이란 인물과의 닮은꼴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믿고 본다는 배우 유아인의 힘이 더해져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처음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무엇보다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가 되기 위해 아티스트로서도 웬만한 실력을 갖추게 됐을 유아인의 노력은 ‘밀회’ 관계자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박혁권, 심혜진, 김용건, 김혜은이 극의 탄탄함을 받쳐줬다. 안판석 PD의 ‘진짜 사람들’이라 불리는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이 표현한 삶 자체의 연기는 웰메이드의 결정체로 완성됐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의견은 끊이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수록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두드러졌고 월요일 밤과 화요일 아침, 화요일 밤과 수요일 아침은 늘 ‘밀회’의 김희애와 유아인을 둘러싼 ‘댓글 공방’이 이어지곤 했다.

안판석 PD와 배우들.
◇안판석-정성주, 거부할 수 없다

‘밀회’의 저력은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의 명품 호흡에 있었다. 이견이 없었다. 소재, 설정, 장치, 어떤 부분이 거슬렸던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안판석 PD는 세상에 다시 없을 화면을 보여줬다. 그 안을 촘촘하게 채운 정성주 작가의 대본은 소문대로 ‘문학전집’ 같았다.

안판석 PD의 스타일은 ‘아내의 자격’이나 ‘하얀거탑’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에게 알려져있었다. 그와 오랜시간 작업해온 배우 박혁권의 말처럼 안판석 PD는 매 드라마마다 다른 스타일을 구현했다. ‘아내의 자격’이나 ‘밀회’가 안긴 특유의 햇살 가득한 따뜻한 채도의 화면이나 우아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엔 변함이 없었지만 작품 특징에 맞춘 디테일은 조금씩 달랐다.

‘밀회’.
‘밀회’에선 불친절한 엔딩부터 현란한 편집까지 모든 부분이 화제가 됐다. 한회 한회,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엔딩을 연출하지 않고 움직이는 화면을 일시정지한듯 화면을 멎는 엔딩 연출은 “아, 뭐야 끝났어?”라는 아쉬움 가득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선재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혜원과 합주를 하는 등 피아노와 한몸이 된 모습을 연출할 땐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촬영된 화면을 현란하게 편집해줬다. 클래식이라는 멀게 느껴진 음악에 시청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몸을 움직이고,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 리듬감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섬세한 편집 덕이다.

김희애.
정성주 작가의 대본은 ‘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외워야 할 문장’ 그 이상의 가치다. 혜원이라는 인물이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를 돌아보는 거울이 됐다. 특히 13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 법정에 선 혜원이 최후의 변론으로 들려준 이야기엔 ‘밀회’의 모든 내용이 집약돼 있었다. 그 하나의 신만 보면 200자 원고지 4매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었지만, ‘밀회’의 1,120분을 집약한 3분여의 압축판이었다. 열 여섯번의 쫀득함이 ‘3분 스피치’에 담긴 셈. ‘밀회’의 마지막회, 그것도 정점을 찍은 이 순간 시청자들의 몰입은 상당했을 터다.

‘밀회’는 드라마였으나, 현실과 빗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밀회’를 본 이들이라면 16회에 걸쳐 전하려던 메시지가 다만 사랑에 갇혀 있다 여기지 않을 거다. 많은 시청자가 김희애와 유아인에게 반했고,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밀회’는 특급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 ‘특급 웰메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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