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과점 해결, 투자·배급·상영 해체만으로 해결되나?

영비법 개정안 검토, 보완 필요
  • 등록 2017-10-10 오전 6:47:54

    수정 2017-10-10 오전 6:47:54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영화계의 논의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스크린 독과점을 없애기 위해 제시된 대기업의 투자·제작·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 해체가 과연 영화계의 다양성과 미래 성장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인지 영화계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발의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에서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계열화 해체를 나눠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영비법 개정안은 하나의 기업이 배급·상영을 겸업하지 못하게 하는, 즉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해체시키자는 게 골자다. 대기업은 리스크가 큰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투자·배급업의 위험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상영업으로 균형을 맞추는 수직계열화를 추구해왔다. 영비법 개정안은 제작·투자·배급·상영 등 전반을 대기업이 수직계열화로 통제해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는 적폐를 심화시켰다는 판단에서 제기됐다.

최근 수직계열화 해체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수직계열화가 스크린 독과점을 심화시킨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영비법 개정안 관련 포럼에서 예술·독립영화 관계자들은 배급과 상영 분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CJ E&M 영화사업부문(CJ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배급한 ‘군함도’은 개봉 첫 날 2027개에서 개봉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공격을 받았다. 2000여개의 스크린은 계열사인 CGV뿐 아니라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합작’으로 이뤄졌다. 결국 스크린 독과점은 수직계열화보다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상영업의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다. ‘군함도’에 이목이 쏠린 탓에 비난은 피했지만 ‘택시운전사’도 19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를 투자배급 한 쇼박스는 극장을 가지지 않은 업체다.

수직계열화 해체가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CJ과 롯데는 각각 CJ엔터테인먼트과 CJ CGV,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상업 영화(제작비 10억원 이상이거나 개봉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인 작품)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2013년 14.1%까지 올랐다가 2015년 3.4%까지 떨어졌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배급업의 특성상 대기업은 상영업보다 투자·배급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제작자 또는 제작사는 대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투자 통로를 잃을 수 있다.

이승호 KTB 상무는 “영화산업의 수익성이 지속된다면 CJ나 롯데를 대체할 세력이 나타나겠지만 투자·배급업에 대한 노하우와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대체세력이 바로 나타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대체세력이 양질의 자본이며 안정성 있게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본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는 “대안 투자배급사가 생기기 전까지 제작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새로운 자본의 유입을 기대했다. 정윤철 감독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여도 CJ CGV에서 안 걸어준다”며 “극장이 갑이다 보니까 ‘몇 주 유지해 달라’ ‘교차상영 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먹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감독은 수직계열화로 인한 배급과 극장의 불균형 관계가 작품이 최소한의 평가 받을 기회도 얻지 못하게 한다고 문제를 삼았다.

대기업이 상영업을 포기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CGV의 경우 매출이 한 해 1조원이 넘는 회사다. CJ그룹이 CGV를 포기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실적으로 CGV를 인수할 수 있는 회사는 또 다른 대기업이 아니면 완다그룹 등 외국계 자본 밖에 없다. 결국 상영을 분리한다고 해서 스크린 독과점이 말끔하게 해결될지 미지수고, 도리어 국내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 예로 언급되는 것이 1948년 메이저 스튜디오의 극장 소유를 금지한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파라마운트 판결은 발효 이후 TV의 보급 때문이기도 했지만 극장 관객 수 감소, 수 천개 극장의 폐업 등으로 영화산업의 위축을 가져왔다.

업계에서는 수직계열화 해체에 대해서는 좀 더 충분한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급과 상영의 분리보다 특정영화에 배정하는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효과적으로 본다. 프랑스에서는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일명 스크린 상한제가 법제화 돼있다.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는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현재의 대기업이 아닌 또 다른 메이저의 등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배급과 상영의 분리로는 스크린 독과점이 해결되지 않으니 스크린 상한제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진 엣나일필름 대표는 “스크린상한제는 단순히 스크린 수뿐만 아니라 상영 횟수, 상영 시간대, 좌석 수 등 고려한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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