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표결에 붙여진 브렉시트 합의안은 찬성 202표, 반대 432표라는 압도적으로 표차로 부결됐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어정쩡하다는 이유로, 브렉시트 반대파는 브렉시트는 안된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모두가 만족하는 브렉시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를 죽인 사람은 없다. 그것은 애초에 살아 있지도 않았다”고 일갈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당장 ‘플랜B’를 내놓어야 하지만, 플랜B가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런 협상 없이 그냥 유럽연합에서 떨어져나오는 ‘노딜 브렉시트’냐, 아예 브렉시트란 불가능했음을 인정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노 브렉시트’냐란 선택지가 남았다.
플랜 B 재협상
조기 총선
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직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표결은 16일 오후 7시에 진행된다.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가능하다. EU는 메이 총리가 교체되더라도 합의안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스본조약 50조 연장
EU 회원국 탈퇴 규정을 담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요청할 경우 브렉시트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공식 일정은 오는 3월 29일이다. 브렉시트까지 석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안을 대규모 손질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다, EU가 얼마나 연장해줄 것인지 불분명하다. 가디언은 7월까지 연장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영국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국민들에게 브렉시트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51.9%가 EU 탈퇴에, 48.1%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그런데 최근 다시 한 번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U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브렉시트에 대해 더 잘 알게 돼서다. 공식적으론 법적 구속력이 없어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2016년 첫 투표의 민주적 과정을 무시·모욕하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메이 총리도 같은 입장이다.
노 브렉시트
브렉시트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노 브렉시트의 경우 국민들이 영국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는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CNBC는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노 브렉시트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도널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영국에 잔류할 것을 권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노딜 브렉시트다. EU는 그간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영란은행은 노딜 브렉시트시 실업률이 7.5%까지 치솟고 집값은 30% 폭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고 1년 동안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