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희 ‘성유’(사진=금산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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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점과 선의 조화. 빛과 어둠의 어울림. 섬세한 직조처럼도 보인다. 다른 어떤 것에도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듯 박고 그은, 최소단위 관계의 미학.
작가 서정희(추계예술대 교수)는 복제기술을 연구한다. 판화부터 사진, 나아가 렌디큘러까지. 이미지가 교차하고 이미지가 반복해 드러나는 형태를 주요 매체로 삼는 거다.
그중 유독 빛의 움직임을 따라잡은 ‘성유’(The Sacred Anointing·2018)는 공판화기법인 실크스크린 작품. 모티브는 ‘기름을 붓는다’는 성유(聖油)에서 따왔단다. 강렬한 순간성, 멈추지 않는 역동성, 사라지지 않는 영원성을 한 화폭에 늘어뜨린 형태다.
눈여겨볼 것은 ‘금색’에 부여한 역할이다. 히브리어로 빛을 상징한다는 금을 가져와 종교적 숭고함의 톤을 높이려 했다.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들여다볼수록 빠져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2월 9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성유’에서 볼 수 있다. 실크스크린. 42×58㎝. 작가 소장. 금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