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성 ‘선물’(사진=갤러리도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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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정갈한 자태, 가지런한 얼굴의 한 여인이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나섰다. 이 여인은 지금 아이를 품고 있다. 그래선가. 약한 듯 단단한 무심한 듯 복잡한 여러 갈래의 심정이 잡힌다. 작가의 마음인지 여인의 마음인지, 어쨌든 누군가에겐 분명 ‘선물’(2016)이다.
작가 임민성은 여인을 그린다.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포즈와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인으로 캔버스를 채워왔다. 한때는 뒷모습만 그리기도 했다. 표정이 안 보이니 마음을 알 수가 없는, 그럼에도 한없이 쓸쓸해 보이기만 하는. 그러던 여인들이 언제부턴가 얼굴을 드러내고 말을 건넨다.
‘선물’에서 유독 특이한 점은 아랫부분.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섬세하던 붓질은 온데간데없이 다리 없는 인물로 세웠으니까. 가장 고전적인 시작과 가장 드라마틱한 마무리라고 할까.
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노광·김소정과 함께 여는 기획전 ‘당신은 누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62.2×97㎝.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