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한 2030 취향 저격 '템플 스테이', 직접 가봤다

  • 등록 2019-03-03 오전 12:15:11

    수정 2019-03-03 오전 12:15:11

(사진=나혼자산다 홈페이지) 지난 2월 15일 방영된 박나래의 템플스테이 체험기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지음)',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스민 지음)',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2030세대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힐링' 에세이라는 것이다.

계속되는 취업난, 취업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에 2030세대는 '힐링'을 추구하고 싶다. '노오력'을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지쳐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 준비, 출근 등 현실적 여건이 마땅치 않자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의 '힐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 나서는 2030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템플 스테이는 이러한 2030세대에게 안성맞춤이다. 1박 2일동안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최대한의 '힐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템플스테이를 검색하면 약 33만 건의 게시글이 나올 정도로 템플 스테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서 스냅타임이 2030세대 '취향 저격' 템플 스테이를 직접 가봤다.

1박 2일간 봉선사에서 열린 주말 템플스테이는 총 40여 명이 참가했다. 실제로 그 중 36명이 2030세대였다. 취업난 등 청년들이 마음 놓고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에 일시적으로나마 ‘힐링’을 추구하고자 산사로 떠나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나은(25·여) 씨는 “취업 준비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마음을 비우고 힐링을 하고 싶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 조동형(가명·32) 씨도 “일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비우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봉선사에 도착해 먼저 ‘수련복’으로 갈아입었다. 속세의 옷과 결별을 하니 왠지 마음마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환복 후 스님과 함께 사찰을 누볐다. 일주문(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에서 시작해 봉선사에 깃든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스냅타임) 야채 투성인 반찬이지만 고기보다 맛있다.


봉선사를 둘러본 후, 밝은 대낮 오후 4시 30분에 저녁 공양 시간이 다가왔다. 평일이라면 퇴근이 1시간 30분이나 남은 시간이다. 배가 안 고픈 건 둘째 치고 저녁에 배고플 게 너무 걱정됐다. 또한 평소 편식이 심해 고기가 없는 반찬을 마주하기 전 겁부터 덜컥 났다. 무한 걱정을 하며 마주한 절밥은 의외로 입에 맞았고 시작부터 두 그릇을 먹었다.

(사진=스냅타임) 타종 체험


저녁 공양 후에는 타종 체험 시간이 있다. 불교에서는 종을 치는 순간만큼은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타종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종을 치는 순간 울려 퍼지는 종소리의 웅장함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 무엇도 생각할 수 없었다. 장엄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사진=스냅타임) 108배 후 완성된 108알의 염주


다음은 108배 체험. 흘러나오는 녹음 파일에 맞춰 1배를 올릴 때마다 염주 알을 하나씩 꿰는 식이었다. 108배를 마치고 나면 108알의 염주가 완성된다. 108배와 108개의 알로 염주를 만드는 일은 인간의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절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다. 힘들어서 번뇌뿐 아리나 아예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표를 쉽게 달성했다.

산사에서의 취침은 오후 8시 30부터다. 너무 이른 저녁이라 잠이 올까 싶었지만 9시가 넘으니 산사에는 사람들의 새근새근 한 숨소리만 들렸다. 다들 배가 고플까 부랴부랴 일찍 잠든 건 아닐까.

이튿날 새벽 4시 템플 스테이 팀장님은 방마다 노크를 하셨다. 조용한 사찰에서 노크 몇 번은 시끄러운 알람과 맞먹는다. 아직 달과 별이 빛나는 새벽 4시 30분, 사람들은 눈을 비비며 까치집을 지고 삼삼오오 모여 새벽 예불을 드리러 갔다.

(사진=스냅타임)


이후에는 ‘봉선사’ 템플스테이의 꽃 ‘광릉숲’ 포행, 일명 ‘비밀의 숲’ 포행이 있다. 포행이란 스님들이 정진하다 졸음이나 피로한 심신을 풀기 위해 한가로이 나서는 것을 말한다. 이곳 ‘광릉숲’은 스님의 인솔 하에만 입장이 가능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다. 인간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른 아침 7시 30분에 오른 높은 곳에서 드넓게 펼쳐진 산 능선을 보니 없던 기개도 솟아나는 느낌이다.

산사에서는 아무도 급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종종걸음으로 밥 먹으러 가는 길에서도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지팡이를 짚으신 어른이 계단을 다 내려갈 때까지 숨을 죽여 기다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인터넷 창이 3초 만에 안 뜨면 새로 고침을 무한 번 눌렀던 ‘빨리빨리 대한민국’ 사람이었는데.

'빨리빨리 대한민국'에서 느려도,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고요한 사찰은 '힐링'의 공간이었다. 조용한 사찰에서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있는 진정한 '힐링'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었다. 사찰에 있는 동안에는 마치 온 세상이 발 벗고 '힐링'을 도와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사찰을 떠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아쉬움이 담겨 있었지만 담담히 합장을 하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줬다.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은 행복한 순간도, 괴로워서 버티기 힘든 순간도 결국에는 지나간다 스님의 말씀처럼. / 스냅타임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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