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문화와 현대식 시스템이 공존하는 오거스타GC

  • 등록 2019-04-16 오전 7:00:00

    수정 2019-04-16 오전 7:00:00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디지털 전광판 대신 손으로 작업하는 리더보드를 사용한다. 13일(한국시간) 대회 3라운드 경기 중 11번홀에 설치된 리더보드 아래를 지나고 있는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이안 폴터.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마스터스와 오거스타는 구식이었다. 아날로그 문화가 지배했고, 화려하고 매력적인 코스 대신 험난하고 어려운 코스는 오거스타의 환상을 깨뜨렸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는 없는 게 많다. 먼저 코스 안에는 그 흔한 전광판 1대 없다. 선수들의 성적을 보여주는 스코어보드는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구식이었다. 선수가 등장하면 작업자들은 이름표와 성적을 붙인다. 양쪽으로 2개 조의 이름을 붙일 수 있어 한쪽에선 현재 코스에서 경기 중인 선수들의 성적을 보여주고, 뒤에선 이어 들어올 팀의 성적을 미리 붙여놓고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경기 내내 모든 선수의 성적을 확인하는 게 불편하다. 게다가 갤러리들은 물론 코스 안의 모든 사람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아예 반입 자체가 금지돼 있다. 5G 시대와는 매우 동떨어진 진행 방식이지만, 마스터스에선 이런 불편함에 누구도 불만스러워하지 않은 게 희한하다.

무전기 등 디지털 장비의 사용도 최소화한다. 매 홀의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에는 1명 또는 2명의 포어캐디가 있다. 선수가 샷을 할 준비에 들어가면 포어캐디가 깃발을 흔든다. 페어웨이 쪽으로 공이 날아간다는 신호다. PGA 투어는 물론 국내의 프로골프대회에서도 이런 경우엔 진행요원끼리 무전기를 사용한다. 이색적인 풍경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GC)은 TV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오르락내리락 홀마다 경사가 심하고, 그린과 티잉 그라운드 사이가 지나치게 가까워 어수선하다. 또 그린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오거스타의 상징이던 클럽하우스는 규모가 매우 작고 소박하다.

1번홀은 티잉 그라운드가 오거스타GC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페어웨이에서 바라보면 그린은 보이지 않는다. 2번홀은 티잉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계속된 내리막 경사 구간이다. 티샷을 멀리 보내면 공이 경사면에 놓인다. 2번홀 옆에 있는 8번홀은 반대로 심한 오르막 홀이다. 티에서부터 그린까지 계속 경사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갤러리를 하려면 숨이 찰 정도다. 9번홀은 티에서부터 페어웨이까지는 내리막, 페어웨이에서 그린까지는 오르막 구간이다. 10번홀은 티잉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고저의 차가 매우 심하다. 게다가 왼쪽으로 휘어진 도그렉 홀이다. 가장 까다롭게 플레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멘코너’인 11번부터 13번홀은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보기 어렵다. 오거스타GC의 코스 가운데 페어웨이와 갤러리 로프의 간격이 가장 멀다.

11번홀 그린 옆엔 12번홀 티잉 그라운드가 붙어 있다. 겨우 30m 정도에 불과해 그린에서 경기하는 선수와 티샷을 준비하는 선수 모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양쪽에 신경을 쓴다. 11번홀 그린부터 13번홀 티잉 그라운드 주변엔 가장 많은 스탠드가 설치돼 있다. 그래서 가장 시끄럽고 어우선하다.

18번홀은 계속된 오르막 홀이다. TV로 보면 마치 평지처럼 보이지만, 그건 선수들을 비추는 카메라가 그린 쪽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특이하게도 18번홀 주변엔 갤러리 스탠드가 없다. 앉아서 경기를 보려면 간이 의자를 사서 ‘시팅 에어리어’(Sitting Area) 구역으로 들아가야 한다.

화장실도 부족하다. 매 라운드 수만 명의 갤러리가 몰려들지만, 그에 비해 화장실이 턱없이 적다. 그렇다 보니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이 자주 보인다.

코스 내엔 워낙 많은 갤러리가 움직여 하루종일 북적인다. 그럼에도 혼란스럽지 않다. 진행 방향이 정해져 있고 코스 내에만 수백 명의 진행 요원이 자리해 갤러리들을 통제하고 있다.

구식이면서도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곳이 오거스타GC다. 최상의 코스 관리를 위해 그린과 페어웨이 아래쪽에 공기 순환 장치인 ‘서브 에어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냉난방 기술로 그린의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순전히 마스터스만을 위해 만든 최첨단 시설이다. 올해 대회 기간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다. 코스 밖은 물이 흥건해 신발이 다 젖을 정도였지만, 페어웨이와 그린은 대회 기간 내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시설 덕분이다. 세계 최고의 골프장이라는 오거스타GC에는 아날로그 문화와 현대식 시설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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