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논란]"여경 쓸모없다"·"없애라"…여혐으로 번진 `백래시`

경찰 대처 문제 없었다는데도…일각에선 "여경 없애자"
전문가 “남성우월주의 사고방식으로 여성 혐오" 지적
"취업난에 남초집단 내 여성비율 상승에 따른 백래시"
  • 등록 2019-05-23 오전 6:12:00

    수정 2019-05-23 오전 10:13:28

남녀 경찰관이 주취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여경이 소극적이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은 관련 영상의 한 장면.(사진=구로경찰서 제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른바 대림동 여경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현장 경찰과 전문가들도 해당 여경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들끓은 여론은 “여경 폐지”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논란을 집단 내 소수자인 여경 전체의 잘못으로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여성 혐오라고 지적했다.

대림동 여경 논란은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대림동 인근에서 취객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취객 2명을 체포하는 과정이 담긴 14초 분량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장에 있던 여성 경찰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파장이 커지자 관할 경찰서인 구로경찰서가 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며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전문가들도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각종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는 “여경을 선발하는 절차가 미흡하다”거나 “경찰 내에서 여경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등 근거 없는 비판부터 “여경은 쓸모 없는 존재”, “여경을 폐지해야 한다”, “여경 6명 이상도 상대할 수 있다”는 등 원색적이고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명백히 여성 혐오로 흐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경찰 업무는 물리적인 힘만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중재하고 피해자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며 “문제의 본질은 경찰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존중 부족인데 이것을 여성 경찰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경찰에 대한 직업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논란이 여성 혐오로 흐르는 것은 경찰·군인·소방 등 남초(男超) 집단에 대해서 여전히 남성우월주의 사고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이 관점에서 집단 내 소수자인 여성은 끊임없이 능력을 의심받고 있고 대림동 여경 논란은 단지 그 의심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과 전문가 모두 이번 논란에서 여경의 대응이 문제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전형적인 가짜 뉴스를 활용한 여성 혐오”라며 “국민청원까지 갈 정도로 가짜 뉴스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이 경찰·소방 등 기존 남초 집단 내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백래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논란은 경찰·소방·군인 등 기존 남성 위주의 직업에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일부의 반발로 볼 여지가 있다”며 “취업난과 함께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던 일자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논란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경이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왜곡과 비약”이라며 “같은 수사기관인 검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는데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왜곡과 취업 반발심이 더해진 전형적인 백래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최근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 등 남성 경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도 남경 폐지론이 나오진 않는다”며 “집단 내 소수자인 여경은 논란이 있을 때마다 폐지론이 나오는데 이는 소수자는 실수나 실패를 용납할 수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실수나 실패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소수자가 속한 집단의 본질적인 잘못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논리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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