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리디노미네이션 괴담..“금값 오른다고? 사실이 아닙니다”

국내 금값, 국제시장에 연동
KRX 금시장서 52주 최고가는 '환율' 탓…개인영향도 미미
물가와 리디노미네이션, 이론적ㆍ실증적 상관관계도 없어
리디노미네이션 연내 추진은 '가짜뉴스'
  • 등록 2019-05-25 오전 10:16:20

    수정 2019-05-25 오전 10:16:2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근 재테크 관련 주요 키워드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이 떠오르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되면 부동산, 금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라 금과 부동산을 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연내 리디노미네이션이 추진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 때문에 금값 오른다?

이 중 가장 터무니없는 금값 상승 주장이다. 이 주장은 최근 부자들이 리디노미네이션 단행에 앞서 실물자산인 금을 사들여 금값을 올렸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금가격이 국제 금값과 연동해있다는 점을 간과한 잘못된 분석이다. 더군다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촉발된 3월 한국은행 국회업무보고 이후 국제금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는 금값이 올라 52주만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원화로 환산해서이지, 금값이 올라서가 아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간내에 60원가량 급등했다. 달러로 표시된 국제금값을 원화로 환산하면서 국내 금가격이 오른 것이다.

KRX 금시장은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2014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금 현물시장이다. KRX 금시장의 금값은 국제 금값과 달러가치에 주로 좌우된다. 국내 수급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국제금값과 국내금값의 차이는 일중 0.2~0.4%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국거래소의 설명이다.

국내 금시장의 주요 공급상은 금은방을 운영하는 실물업자들이다. 국제가격보다 국내가격이 더 비싸면 재정거래(무차익거래) 유인이 발생하는데, 수입업자들의 ‘팔자’가 늘어나면서 국제가격으로 곧바로 가격은 수렴한다.

한국거래소 금시장 관계자는 “최근 금가격이 오른 것은 환율의 영향이고, 국내 수급 영향은 거의 미미하다”며 “개인들도 일부 참여하지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하면 물가 오른다?

‘리디노미네이션=물가상승’, 이 공식 역시 이론적·경험적 근거가 약하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금이나 부동산을 사두라는 주장의 주요 근거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실물자산을 사두라는 것이다.

물가와 리디노미네이션간 이론적 상관관계는 ‘중립’이다. 즉 리디노미네이션이 화폐의 가치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의 가치인 물가와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쉬울 것이라는 ‘심리’적 측면도 간과하긴 힘들다. 하지만 실질 소득과 구매력 상승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 화폐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물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무엇보다 실제 해외사례에서도 물가와 리디노미네이션간의 양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리디노미네이션을 성공적으로 단행한 터키의 경우에는 물가가 내렸다.

터키는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이 누적되면서 리라화의 대외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시행 전후 3년간 물가상승률을 비교하면 이전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26.3%에서 이후 3년 8.9%로 하락했다.

리디노미네이션, 연내 추진된다?

연내 추진 가능성도 극히 가능성이 낮은 주장이다. 화폐단위를 바꾸는 것은 한국은행법에 규정된 내용이다. 아울러 법 개정이 된다고하더라도 준비하는데만 최소 3년 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모든 금융결제 시스템을 바꿔야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촉발된 배경에서부터 최근 논의과정을 보면 추진 동력도 약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론 홍남기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가능성을 재차 일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법개정에 합의를 보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데, 정치권에서도 화폐개혁은 한가한 소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리디노미네이션, 지하경제활성화?

마지막으로 장롱에 숨겨놓은 화폐가 신권 교환을 위해 나오기 때문에 지하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역시 리디노미네이션 시행 방식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되면 화폐단위가 다른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고 구화폐는 회수하게 된다.

그러나 돈에 꼬리표를 달지 않는 조건의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된다면 자금의 출처는 파악할 수 없다.

더군다나 지하경제 양성화 목적을 위해 1960년대 긴급조치를 통해 구화폐에 대한 동결을 실시했던 2차 리디노미네이션과 달리, 3차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된다면 화폐 교환 기간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시행했던 리디노미네이션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화폐는 시중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은행 또는 중앙은행에서 새화폐와 교환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한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했던 조치다. 구화폐를 영구적으로 사용가능토록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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