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빛나 ‘그들이 있던 곳’(사진=갤러리도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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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달빛이 훤한 큰 산, 그 앞 둔턱에 자리를 펴고 앉은 두 사람이 멀리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주인공은 아닌가 보다. 푸르고 붉은 조명을 한껏 받은 나무, 생소한 풀과 꽃, 하늘빛을 그대로 내린 깊은 바닥까지, 시선을 뺏길 요소는 차고 넘친다.
작가 최빛나(39)는 지난 시간에 묻어뒀던 불완전한 기억, 복합적인 감정 등을 꺼내 화면에 다시 옮겨낸다. 이 모두를 엮은 풍경화를 만드는 거다. 붓끝에 흘린 건 작가가 품고 있던 표상일 뿐, 원래의 생김새나 멀고 가까운 원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있던 곳’(The Place Where They Were·2017)은 그 연작 중 한 점. 밤하늘, 거대한 자연, 축소한 인물 등 작품마다 담아온 상징을 뭉친 초현실주의적 공간으로 완성했다. 화려한 색감만큼 공허한 정원에 들어섰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그들이 있던 곳’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72.7×90.9㎝.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