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을 왜 회사에 하느냐'는 90년대생과 사는 법

마우스 물고 태어나 9급 공무원이 꿈
B급 감성 열광 '간단·솔직·재미' 무장
"꼰대 벗고…이해 못하면 관찰이라도"
▲90년생이 온다|임홍택|336쪽|웨일북
  • 등록 2018-12-05 오전 12:12:00

    수정 2018-12-05 오전 8:11:21

‘앱 네이티브’로, ‘프로블편러’로 자신에게 꼰대질 하는 기성세대와 자신을 호갱으로 아는 기업에는 ‘거친 성질’ 다 드러내는 1990년대생. 책의 저자 임호택은 미래를 그들과의 공존 여부에 뒀다. 그들의 성향·감성에 맞추는 데 기업의 성패가 달렸고, 그들의 방식·특성을 이해하는 데 사회의 생존이 달렸다고 했다(이미지=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좋은 대학 나온 임모 씨는 1992년생. 노량진 컵밥 대열에 끼어 공무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유는 하나. 두 살 터울 친형이 내놓은 ‘비전’ 덕분이다. 3년 전 바늘귀만한 취업시장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형이 1년 만에 때려치우고, 한 해 노량진생활 끝에 당당히 서울시 9급 공무원이 되는 광경을 목도한 것이다. 임씨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공무원으로 직진을 결심했다.

#2. 국내 한 스타트업기업에 입사한 정 사원은 1993년생. 매일 8시30분 출근시간에 딱 맞춰 사무실에 들어선다. 어느 날 10년 상급자인 김 과장이 불러 충고를 했다. 최소 10분 전쯤 나오는 것이 예의라고. 그러자 이런 대답이 튀어나왔다. “빨리 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10분 전 출근이 예의이면 퇴근 10분 전에 컴퓨터를 끄고 대기해도 되나요?”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할 거다. “요즘 젊은 것들”로 넘겨버리면. 하지만 두 사연이 누구 한 사람의 사생활 이상이라면. 어떤 개인의 풍경이 아니라 한 세대를 담아낸 거대한 그림이라면. 그림의 대주제는 ‘1990년대생’. 많게는 스물여덟 살, 적게는 열아홉 살인 그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어떻다고 이리 심각한가. 간단히 소개부터 하자.

태어날 때 마우스를 물고 나왔다. 인터넷에 능숙한 게 당연하다. 10대에는 탐색전, 20대부터는 본격적인 모바일라이프에 나선다. 일상 자체를 모바일로 다 해결할 뿐만 아니라 SNS나 커뮤니티 등에 흔적 남기는 일이 자연스럽다는 거다. 하지만 더 이상 책 읽기를 할 수 없는 뇌구조를 갖게 됐다. 읽기보단 ‘보기’, 글보단 ‘정보’다. 대부분 각자 따로 놀지만 서로 단합하는 매개가 있긴 하다. 술과 음식? 아니다. 모바일 충전기와 멀티탭이다. 이뿐인가. 취업을 못하더라도 면접관을 평가해 점수를 공개하는 대담한 구직자고, 불공정행위로 연명하던 용산전자상가를 무너뜨린 무서운 구매자다. 키워드 세 가지면 대충 관통한다. ‘간단’ ‘재미’ ‘정직’. 인생이 그렇고 이상향이 그렇다. 때문에 ‘꼰대’ 청산이 삶의 관건인 이들의 꿈은 ‘9급 공무원.’

△모든 일상은 모바일로…책 읽기 안되는 뇌구조

기업에서 브랜드매니저로 마케팅업무를 하는 저자가 90년대생을 분석하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비율의 심상치 않은 수치를 보고나서라는데. 청년 취업준비생 65만여명 중 40%인 25만여명(2016년 기준), 특히 9급 공무원은 2011년 14만 2732명에서 2017년 역대 최대인 22만 8368명으로 59.9%가 늘어난 거다. 과연 이들 중 얼마나 공무원이 됐을까. 대략 5000명 안팎. 1.8%쯤 된다니 100명 중 2명이 못 된다. 나머지 98명은 다른 길을 갔을까. 아니다. 내년 시험을 준비한단다.

왜 이들은 공무원이 못 돼 안달인 건가.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되자고 작정한 건가. 저자가 만난 청년들은 하나같이 “굵진 않지만 길게 갈 수 있는 길”로 입을 모은다. 노동자의 46%가 비정규직인 한국의 기형적 고용구조에서 ‘공무원이 최선’이란 결론을 낸 거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여기서 출발했다. 이들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며, 이전 세대와는 얼마나 다르고, 이들과는 어떻게 함께 살 건가. 물론 핵심은 따로 있다. 중요한 건 공무원이 아니니까. 그들의 세대적인 특징이니까.

90년대생의 직장생활부터 들여다보자. 그들을 평가하는 인생 선배들의 ‘이구동성’에는 망설임이 없다. “배려는 무슨. 자기 것만 칼처럼 챙긴다.” “실수를 인정하는 꼴을 못 봤다. 변명만 한보따리다.” “끈기가 없으니 포기도 빠르지.” “공사 구분? 모바일만 들여다보는데 공적 업무인지 사적 업무인지 알 수가 있나.”

비난만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의 특징을 포착한 좀 더 구체적인 평가도 있다. “솔직하다. 조직구성원으로든 소비자로든 호구 되기를 거부한다. 회사와 제품에도 똑같이 요구하고.” “신문이든 책이든 종이는 아예 안 본다. 긴 것도 거부한다. 온라인이라고 해도 제목과 세 줄 요약이 전부, 나머진 댓글만 보고 끝낸다.” “맥락이 없으니 기승전결의 완결성을 기대할 수 없다. 자신들을 꼭 닮은 B급 감성·콘텐츠에는 열광하면서.”

또 시장에선 어떨까. 한마디로 ‘호갱이 되느니 안 사고 만다’는 주의다. 그들이 가려내는 건 부당함과 비합리성. 갑질이나 불공정거래가 보이면, 복잡한 프로세스로 불편을 만들면, 재미가 없고 고리타분하면 미련 없이 떠난다.

△‘꼰대’ 벗겨내야 그들과 공존할 수 있어

대안이 있기는 한가.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 말이다. 저자는 그 답을 ‘꼰대’에서 찾았다. 90년대생과 섞이는 어려움이면서 해결책인 그것. “도대체 얘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가 꼰대의 시작이란 거다. 흔히들 말하는 “조금만 더 버텨보자”부터 잘못됐단다. 차라리 버텨야 하는 기한을 일러주는 게 현명한 처사란다. “재미는 집에서 찾고, 회사에선 일!”이란 상사의 잔소리도 90년대생을 싫증 나게 한다고 했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 나의 성장’이란 공식을 들이댈 필요도 없단다. ‘충성의 대상이 회사여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반문에 말문이 턱 막히게 될 테니까. 그들의 충성 대상 1순위는 ‘자기 자신과 미래’라니, 방점은 달리 찍혀야 한단다. ‘너희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로.

저자가 내다본 ‘우리의 미래’는 90년대생과의 조화에 뒀다. 순수한 초보인지 어설픈 고수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면 관찰이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성향·감성에 맞는 제품·서비스를 끌어내는 데 기업의 성패가 달렸고, 그들의 방식·특성을 이해하는 데 사회의 생존이 달렸다고 했다.

사실 책이 대단히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다. 저자는 그 유명한 ‘82년생’. 이제 서른여섯 살인 그가 90년대생의 출현을 우려 반 기대 반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 여전히 90년대생이 걱정인가. 천만에. 80년대·70년대·60년대생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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