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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뜨겁다. 들여다보고 있자니. 닥치는 대로 녹여버릴 듯한 이글거림이 느껴지는 거다. 그러다 불현듯, 스르르 사라진다. 끝났나 보다. 다 태우고 태워 재조차 남기지 않고.
이 극과 극의 조화를 이끌어낸 이는 젊은 작가 김수수(26). 지난해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하며 요즘 화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불’(2018)은 최근 그 중심에 놓인 색면추상 시리즈 중 한 점. 100호 규모에 불과 그 불이 남긴 재, 재까지 날린 허연 공간을 대비시켰다.
미니멀한 구성은 최소화한 붓질이 만들어냈는데 방식은 이렇다. 기본 밑칠을 한 유화물감과 물에 묻혀 펴 바른 붓의 반발작용, 숱한 반복으로 다진 단단한 바탕 위에 5~6개를 묶어 만든 대형 붓으로 화면 전체를 한 번에 쓸어내리는 ‘전면일필법’의 마무리.
21일까지 서울 중구 세종대로길 조선일보미술관서 여는 개인전 ‘불-침묵의 언어’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62.2×112.1㎝. 작가 소장·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