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세계 경제 뇌관으로 부상한 3가지 이유

제조업 기반 수출주도성장…보호무역에 한계 봉착
新성장 동력 부재…제조업 강국의 위기
獨마저 흔들…빛 바랜 EU 경제 번영 포부
유럽發 경제위기…세계 경제 뇌관 우려
  • 등록 2019-02-18 오전 1:00:00

    수정 2019-02-18 오전 1:00:00

(사진=EU 홈페이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자 세계 경제규모 4위의 독일마저 우울한 경제성적표를 꺼내놓은 여파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주요국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을 필두로 유럽 전역에서 반(反)EU·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유럽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제조업 기반 수출주도 성장…보호무역에 한계 봉착

뉴욕타임스는 “독일이라는 기관차가 없다면 유럽은 브렉시트와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탈리아 재정위기 등의 충격을 견디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위기는 유럽의 위기라는 얘기다.

독일은 유로존 경제의 3분의 1(29.2%)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5%로 잠정 집계됐다. 5년 만에 최저치다. 유로존 국가 평균치(1.8%)보다 낮고, 브렉시트에 시달리는 영국(1.4%)을 겨우 앞섰다. 올해 성장률은 작년보다 더 낮은 1.0%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예비치)은 0%에 그쳤다. 전분기 마이너스(-)0.2%보다는 개선됐지만 시장 예상치 0.1%를 밑돈 수치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등 일회성 요인을 감안해도 회복이 더디다는 분석이다.

발목을 잡은 건 GDP의 47%를 차지하는 수출이다. 독일 수출은 지난해 11월 0.1% 증가에 그쳤다. 12월엔 4.5% 감소했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영국 브렉시트, 중국 경제둔화 우려 등으로 역내 EU 시장과 중국에서 수요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독일 전체 수출에서 EU 28개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9%, 7%다.

수출은 그동안 독일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파고를 넘게 해준 버팀목이었다. 유로화 평가 절하 덕분에 미국이나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유럽 위기가 독일에겐 호재였던 셈이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를 덮친 이후 수출주도형 독일 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무역장벽 뿐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등 친환경 정책도 한 몫을 했다.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자동차 시장이 뒷걸음질치면서 독일 경제 전반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재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향후 브렉시트, 중국 경제둔화,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인상 등에 따라 독일 경제 둔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新성장 동력 부재…제조업 강국의 위기

주독 영국대사를 지낸 폴 레버는 그의 저서 ‘베를린이 지배한다(Berlin Rules)’에서 독일 경제의 강점으로 제조업을 꼽았다.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가 독일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업은 독일 경제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산업생산이 꺾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제조업생산은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시장에선 0.8% 증가를 예상했으나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10월(-0.5%), 11월(-1.9%)에 이어 석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12월 제조업 신규주문도 전년 동기대비 1.6% 감소했다. 수출 부진으로 독일 제조업 전반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도 마땅치 않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T기반 혁신 산업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나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정부는 기술혁신이 그간 독일 경제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내부적으로 정치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극우 포퓰리즘이 급부상하면서 70여년간 유지해온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선 기사당이 텃밭 바이에른주에서 반(反)난민, 덱시트(독일의 EU 탈퇴) 및 유럽의회 해체 공약을 앞세운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에 참패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임기가 끝나는대로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라슈타트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 (사진=AFP)
독일 등 빅4 경기둔화 우려…빛 바랜 EU ‘경제 번영’

더 큰 문제는 독일 외에도 프랑스(유로존 GDP의 20.5% 차지), 이탈리아(15.4%), 스페인(10.4%) 등 이른바 ‘빅4’의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4개국이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5%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독일이 올해 소비 및 산업생산 부진으로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대비 0.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탈리아 성장률은 약한 내수와 정부 차입비용 증가로 0.4%포인트 내린 0.6%로 제시했다. 프랑스 성장률은 노란조끼 시위로 0.1%포인트 내린 1.5%로 전망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11월 1.9%에서 석 달 만에 0.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작년 4분기 유로존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대비 1.7% 줄었다.

유로존 경제 위기는 세계 경제에도 악재다. EU의 GDP는 2017년 기준 15조3000억유로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17조2500억달러. 미국(20조달러)보다는 작지만 중국(13조달러)보다 크다. EU가 전 세계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6%다. 2014년 중국에게 추월 당했지만 줄곧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EU가 흔들리면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3월 29일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10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4대 먹구름으로 △무역전쟁 △금융 긴축 △브렉시트 불확실성 △중국 경기 둔화를 꼽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구름이 많다는 건 폭풍이 시작될 조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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