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구 ‘자연으로부터: 심상풍경 No.104’(사진=갤러리그림손)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다. 검붉은 배경을 마주하고 섰다. 멀리 삐죽 솟은 산을 바라보나 보다. 미동도 없는 상태. 그런데 화면을 뒤흔드는 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원시적인 꿈틀거림 말이다. 고대 동굴벽화에나 등장했을 법한 그 위엄이 아닌가.
작가 이성구(56)는 태초의 이미지에 관심이 많단다. 하늘과 땅이 만들어지는 순간, 산이 쌓이고 물이 흐르고, 탑이 서고 고인돌이 겹치는 그 찰나를 ‘문명의 흔적’처럼 잡아내는 거다. 자연에 찍은 인간의 지문이라고 할까. 다만 형체는 빌리되 표현은 내면을 따랐다고 했다. ‘자연으로부터: 심상풍경 No.104’(2018)이란 작품명은 그렇게 나왔다.
주로 판화작업을 해왔던 작가의 특별한 ‘회화’다. 캔버스에 면실크를 덮고 스미고 번진 듯, 서로 반발한 듯, 실제 벽화와 같은 질감과 밀도를 만들어냈다. 태곳적 바로 ‘그때’처럼.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이성구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면실크·오일·아크릴. 112.5×162㎝.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