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분양가 뒤엔 고가 옵션…말 뿐인 '로또 청약'

수도권 15개 단지, 분양가 대비 옵션가 5% 달해
발코니 확장·에어컨·현관 중문 등 가격 제각각
보증심사 대상 제외돼 시공사가 직접 비용 책정
"분양가 만회수단 악용, 명확한 근거 제시해야"
  • 등록 2019-06-10 오전 4:00:00

    수정 2019-06-10 오전 4: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직장인 방모(34·남)씨는 지난달 서울에서 나온 전용면적 84㎡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지인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여러번 받았다. 평균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아 당첨만 되면 ‘로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씨는 추가로 내야하는 비용을 뒤늦게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분양가 이외 옵션으로 분류된 발코니 확장비는 물론이고 빌트인 가전, 시스템 에어컨 등까지 포함하니 옵션 비용만 무려 3000만원 안팎에 달했다. 방씨는 “로열층에 당첨돼 기본 분양가가 높은 데다 옵션 비용도 고려하니 부담이 크다”고 한숨 쉬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아파트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청약’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청약 당첨자는 ‘보이지 않는’ 분양가인 유상옵션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와 달리 유상옵션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시공사 자율로 정할 수 있어 분양가 대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데일리가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주요 15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용 84㎡ 기준 시공사가 제시한 유상옵션을 기본으로 했을 때 비용은 평균 369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분양가(최저값) 평균이 7억8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유상옵션 비용이 분양가 대비 5%에 달하는 셈이다.

옵션 비용은 단지별로 차이가 크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아파트단지를 보면 전용 84㎡A 기준 △발코니 확장 비용 1400만원 △시스템 에어컨 3대 540만원(7층 이하 무상제공) △현관 중문 130만원 △수입 주방가구 1850만원 △바닥 원목마루 혹은 거실·주방·복도 타일과 침실 원목마루 600만원 등 모든 유상옵션을 선택하면 6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강남권 올해 첫 분양 단지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는 전용 84㎡A의 발코니 확장 비용만 무려 1950만원이다. 반면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는 전용 84㎡A 발코니 확장 비용이 916만원으로 디에이치포레센트의 절반에 그쳤다.

시공사가 같아도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효성중공업이 각각 시공한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는 발코니 확장 비용이 1144만원,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는 1300만원이다.

분양권 강사인 다꿈스쿨멘토의 황성우(해안선)씨는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베란다 확장에 맞게 설계되다보니 옵션 품목을 필수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고, 수도권 주요 단지에선 현관 중문까지도 기본적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현관 중문 옵션 역시 단지마다 다양했다.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우미린1차’는 90만원(전용 102㎡A 기준)인 데 비해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는 184만원이었다. 위례신도시 내 ‘힐스테이트북위례’(전용 92㎡ 기준)는 현관 중문만 설치하면 96만원이었지만 힐스테이트가 내세우는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인 천장형·브러시형 에어샤워까지 포함하면 169만원으로 뛰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는 GS건설의 자체 공기청정시스템인 시스클라인이 처음 적용됐지만 이를 거실과 주방, 방 3곳에 설치하려면 315만원이 추가된다.

마이너스옵션을 내건 단지는 드물었다. 마이너스옵션은 내부 인테리어를 입주자 취향대로 꾸밀 수 있도록 시공사가 외부 미장·마감 공사까지만 담당한다.

마이너스옵션을 선택사항에 포함한 단지는 서울 내 중랑구 망우동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와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등이 있었다. 하남 감일지구 ‘감일에코앤e편한세상’ 등과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송파구 장지동 ‘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 하남 위례신도시우미린1차, 힐스테이트북위례 등도 마이너스 옵션으로 3000만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현장마다 쓰는 자재가 달라 옵션비용 자체에 차이가 있을 순 있다”면서도 “발코니 확장의 경우 건설사가 확장했을 때와 확장하지 않았을 때 비용을 비교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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