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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의 시즌이 막을 내리자 곧바로 계약 시장의 문이 열렸다. 그런데 벌써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여자 프로골퍼와 계약하기를 원하는 기업에서 나오는 얘기다.
계약 시장이 열리자마자 스타급 여자 골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값을 올렸다. “최소 10억원부터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어느 선수는 “12억원 이하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선수는 12억원을 요구한 선수를 직접 언급한 뒤 “나는 13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며 기존 후원사의 제안을 뿌리치고 몸값을 더 올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에서 여자 프로골퍼의 몸값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투어 규모가 ‘역대급’으로 성장해 가고 있고, 해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면서 대회장을 찾아오는 팬도 늘어나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기를 이끄는 주역이 선수들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달라 보인다. 지나치게 높아진 여자 프로골퍼들의 몸값에 후원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며 고민에 빠졌다. 그러면서 경쟁적으로 몸값만 높이는 현상이 오히려 후원 시장에서 기업들을 떠나게 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기업은 내년 여자 프로골프단 창단을 목표로 올여름부터 3~4명을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이를 접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선수들의 몸값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데다 무리한 옵션 요구까지 있었던 게 이유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기업에서 10년 넘게 골프마케팅을 담당해온 관계자는 “국내 여자골퍼의 몸값은 제대로 된 평가 기준이 없다”며 “‘누구는 얼마를 받았으니 얼마는 받아야겠다’는 식의 경쟁심리가 우선되는 계약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스토브리그 시장에선 우리도 성적과 잠재력, 스타성, 영향력 등 다양한 항목으로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체계적인 계약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프로골프에서 스폰서 기업과 선수는 서로 긴밀한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양쪽 모두 만족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