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덕투'붐]①책·공연·영화까지…취향따라 직접 투자한다

'대만 K팝 콘서트' 2시간에 7억원 펀딩
문화 펀딩 규모 3년새 250% 성장
"'덕투일치' 흐름 늘어날 전망"
  • 등록 2019-03-15 오전 12:16:56

    수정 2019-03-15 오전 12:16:56

‘진화하는 잡지 기획전’(위부터 시계방향)과 애니메이션 ‘태일이’, ‘번 더 플로어 2019 내한공연-조이 오브 댄싱’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펀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사진=텀블벅·오마이컴퍼니·명필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바야흐로 ‘덕투 시대’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나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며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 이른바 ‘덕투’(덕질+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책 출판부터 영화, 전시, 공연까지 최근 문화 분야에서 애호가의 투자를 등에 업고 완성작을 내놓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5월 대만서 진행 예정인 ‘2019 대만 K-POP 콘서트’ 프로젝트는 펀딩 오픈 2시간만에 7억원을 모집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총 모집금액은 9억9000만원으로 목표금액 대비 달성률 142%를 기록했다. 서울의 대표 음악 축제 중 하나인 ‘그린플러그드 서울’의 10주년 기념 축제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9’ 펀딩에도 1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9억7000만원·달성률 121%)이 몰렸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이달 처음으로 ‘진화하는 잡지 기획전’을 열었다. 현재까지 총 26개의 잡지 관련 프로젝트가 개설됐고, 3000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1억여원에 가까운 금액을 후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도 ‘번 더 플로어 2019 내한공연-조이 오브 댄싱’ 등 4개 공연예술 콘텐츠에 대한 펀딩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나섰고, 명필름이 제작에 나선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1억원 모금을 달성했다.

문화펀딩에 대한 높은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투자 플랫폼 와디즈에 따르면 문화분야의 펀딩금액은 2016년 21억원, 2017년 57억원, 2018년 74억원으로 3년새 250% 이상 성장했다. 펀딩에는 제품으로 보상받는 ‘리워드형’과 향후 수익을 기대하며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형’이 있는데 문화펀딩의 경우 두 가지 형태 모두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떠오르는 유튜버도, K팝도 펀딩으로

떠오르는 유튜버와 팟캐스트 등 1인 기획자들도 펀딩에 뛰어들었다. 유튜버 크림 히어로즈의 굿즈 프로젝트에는 3억8560만원(목표 달성률 1285%)이, 대도서관 굿즈 프로젝트에는 1억1388만원(달성률 1138%)이 모였다. 게임 관련 팟캐스트 ‘게임썰’은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시즌7까지 연재하는데 성공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극단민들레의 창작가족극 ‘와, 공룡이다’가 3300만원의 투자금을 모았고 ‘에릭 요한슨 사진전’과 단편영화 ‘하계훈련’ 등도 펀딩을 진행 중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예술현장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자생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지원금 외에 민간자본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지지자(팬)층 위주의 직접 투자가 강점인 크라우드 펀딩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 크림 히어로즈가 크라운드 펀딩을 통해 제작한 모찌쿠션(사진=텀블벅).


△‘북펀딩’으로 출판계 활력

’덕투’ 중 주목받는 분야는 ‘북펀딩’이다. 텀블벅이 올초 발표한 ‘2018년 크라우드펀딩 10대 트렌드’에는 처음으로 ‘북펀딩의 확장, 출판계 새로운 기회로’가 포함됐다. 현재도 ‘판타스틱 우울백서’를 비롯해 ‘한남동 이야기’, 어른 그림책 ‘새 옷’ 등 북펀딩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북펀딩 시장은 글쓰기 열풍과 독립출판의 인기 흐름을 타고 순식간에 몸집이 커졌다. 최다 북펀딩이 이루어지는 곳은 텀블벅으로 이곳에서 지난해 탄생한 책은 700여권, 출판 분야 누적 신간은 1600권을 돌파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작년 5000명 이상이 북펀드에 참여했고, 총 1억2000여만원을 펀딩했다.

무명의 작가가 ‘펀딩’의 힘을 얻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는 경우도 최근에 생겨났다. 펀딩으로 자금을 일부 조달해 출간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수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100쇄, 130만부를 돌파했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역시 무명작가의 에세이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두달여 만에 11쇄, 1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1억원의 모금액을 달성한 ‘동이귀괴물집’과 ‘검은사전’은 리셀링 프리미엄이 붙었을 정도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기성 출판사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가세했다. ‘신해철 회고록’(돌베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날들’(남해의봄날),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뿐’(푸른숲) 등이 북펀딩을 통해 출간됐다.북펀딩은 시중에 나오기 전에 저렴한 가격에 책을 받아볼수 있고, 관련 굿즈나 창작자와의 이벤트에 우선적으로 초대받는 이점이 있다.

조선아 알라딘 마케팅팀 차장은 “이전에는 1000만원 규모의 북펀드가 이례적이었다면 현재는 평균 달성 금액이 900만원 이상일 정도로 북펀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탄생한 책은 누적 1600권에 달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지난 한 해 총 1억2000여만원이 펀딩됐다(사진=북펀딩).


△규제 개선으로 덕투시대 꽃피워

올초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펀딩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개정안은 혁신적인 창업·벤처기업이 성장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관련 규제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년 동안 모집할 수 있는 금액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됐다.

와디즈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문화 관련 프로젝트에서도 투자가 더 활발해졌다”며 “특히 문화콘텐츠의 경우 투자 수익과 더불어 공연이나 영화 티켓을 부가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텀블벅에서 집계한 문화펀딩 프로젝트의 누적 성사건수는 2015년 800건에서 2016년 1200건, 2017년 1700건, 2018년 2700건으로 매년 1.5배 이상 성장했다. 텀블벅 측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창작자와 직접 스킨십을 하며 나의 후원으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며 “능동적인 소비자를 뜻하는 ‘액티브 컨슈머’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덕투일치’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문화나 레저 등의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맞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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