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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단 지켜보자’ 신중
AFP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국무부가 북한의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배제를 요구와 관련,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북한의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를 바랄 뿐”이라며 사실상 ‘비토’를 놓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달 평양 기자회견에서 2차 핵 담판 결렬 이유를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이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부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규정, 폼페이오 장관의 이름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일단 북한은 공식 성명·담화가 아닌 미국담당국장과의 입을 빌렸다. 일종의 ‘수위 조절’을 했다고 본 것이다. 미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통한 돌파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소개하며 “북한이 원하는 건 트럼프와의 직접 대화”라며 북한은 협상의 레버리지는 다시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썼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일종의 ‘판 흔들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위 왼쪽)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거부할 경우 ‘북·미 대화’는 상당 기간 요원해질 수 있고, 반대로 교체를 강행한다면 ‘나약한 지도자’ 이미지로 비칠 수 있는데, 북한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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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에 대해서도 ‘신중함’을 유지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추가로 언급할 건 없다”고 했다. 실제 북한이 ‘도발’을 염두에 뒀다기보단, 미국이 2차 핵 담판 당시 북한에 핵·미사일 이외에도 대량살상무기(WMD) 전체 폐기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인 것으로 봤을 공산이 크다. 앞서 2차 핵 담판 결렬 직후인 지난 3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당시 ‘신중한 반응’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혈맹’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한다. 이미 4월 말 북·러 정상회담은 확정됐다. 각종 외교정책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미국으로선 부담될 수밖에 없다. 북·미 대화의 미국 측 실무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급파한 것도 북·러 밀착을 경계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서로 볼 수 있다. 비핵화 둘러싼 외교방정식이 한층 더 복잡해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번 교착이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