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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운영자금 확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 기업은 총 8곳으로 전년동기(6개) 대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엠코리아(095190)(공작기계 부품업체)와 뉴로스(126870)(터보엔진 개발업체)는 지난 1월 각각 47억원, 50억원의 운영자금을 구하기 위해 자사주를 팔아치웠다.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삼우엠스(082660)와 미니프린터 제조업체 제이스테판(096690)도 자사주를 처분해 유동자금을 마련했다.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1%로 지난 2017년 대비 1%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고 내수·수출 부진도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의 투자 조정, 저조한 제조업 가동률, 수출 악화, 건설투자 부진이 겹치면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다.
투자 위축은 중소업체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미쳤다. 이는 올 1분기 실적을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코스닥 기업의 순이익은 1조646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업종과 오락·문화, 제약 등 업종 전반의 순이익이 부진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처분한 곳들도 있다. 바른전자(064520)는 갖고 있던 바른테크놀로지 주식 592만여주 전량을 62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바른전자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 수출 비중이 올 1분기 말 기준 67%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이후 낸드플래시 가격 폭등으로 부침을 겪어온 바른전자는 2017년과 지난해 각각 195억원, 2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23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결손금은 271억원에 달했다.
바른전자는 지난해 11월 김태섭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김태섭 대표의 임기 만료로 황만한 대표가 신규 선임됐으나, 회사는 대표 등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가 개선 기간 1년을 부여받은 상황이다.
최근 회사들이 내부적으로 벌렸던 사업의 부실 부문을 정리하고,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활동들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조달된 자금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맞게 집행되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미드스몰캡 팀장은 “자동차 업종은 전방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전기차·수소차 등 신사업 방향성에 맞추는 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며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 투자가 살아나고 부품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다시 생길텐데 자금을 확보해 업황 회복 때까지 버티고 회복 이후의 사업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