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하나의 유럽…곳곳서 파열음

독일 극우정당…유럽의회 선거공약으로 덱시트
佛·伊에서도 커지는 EU 탈퇴 목소리
“유로화 체제가 위기 초래”…反난민도 분열 일조
  • 등록 2019-02-18 오전 5:00:00

    수정 2019-02-18 오전 10:55:01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NR·국민전선 후신)의 마린 르펜 대표.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하나의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오는 5월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전역에서 반(反)EU·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국 정치권에선 분열이 심화되고 EU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4일 독일 뮌헨 연설에서 “유럽 전역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유럽 통합이 과연 이득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유럽이 재정의의 순간(Defining Moment)을 맞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을 하나로 통합시키려는 도전이 과연 효율적인지, 본질적인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극우정당…유럽의회 선거공약으로 덱시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무려 70년 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기민당이 ‘척’하면 기사당은 ‘탁’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처음으로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난민 수용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다.

이를 틈타 반(反)난민 정책을 앞세운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득세했다. 급기야 작년 10월 총선에서 기사당이 텃밭 바이에른주에서 AfD에 참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바이에른주는 독일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기사당이 50년간 단독정부를 구성해 집권해 온 곳이다.

파장은 컸다. 메르켈 총리는 책임을 지고 총리 사퇴 및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기민-기사 연합은 더욱 분열되기 시작했고 AfD는 더욱 세를 넓혔다.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독일의 EU 탈퇴(덱시트) 및 유럽의회 해체를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이다.

佛·伊에서도 커지는 EU 탈퇴 목소리

독일 이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NR·국민전선 후신)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는 “EU에 예산과 입법 권력이 집중돼 있다. 프랑스인이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14주째 이어지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 역시 반EU 기조와 맞닿아 있다. 다른 나라를 먹고 살리느라 빠듯한 걸 참고 있는데, 정부가 부유층 세금은 줄이고 대표적 서민세금인 유류세를 인상하겠다고 하니 화가 난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유류세 인상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탈리아에선 아예 반EU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과 동시에 이탈리아의 EU 탈퇴(이탈렉시트)를 주장해 온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를 경제장관 후보로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취임은 무산됐으나 지난해 하반기 유럽 전체를 긴장에 몰아넣었다.

이탈리아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보편적 기본소득 증대, 즉 더 많은 사회보장수당을 제공하고 세금과 은퇴연령을 낮추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EU는 또다시 재정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딴지를 걸고 있다.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이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131%에 달해서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2019년도 예산안을 제출, EU가 사상 초유의 과징금을 물리겠다며 갈등을 빚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가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내부엔선 포퓰리즘 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약 30%로 가장 높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이탈리아 내 최대 정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총 705명을 선출하는 유럽의회 선거는 독일 의석이 96개로 가장 많고, 프랑스(79개), 이탈리아(76개) 등의 순이다. 국가별로 선거가 진행된 뒤 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의석이 배분된다.

최근 EU 분열 우려를 키우고 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간 외교 갈등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포퓰리즘 진영과 EU 다수파인 중도좌파·중도우파 진영이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진=AFP PHOTO)
“유로화 체제가 위기 초래”…反난민도 분열 일조

이처럼 EU에서 탈퇴하거나 EU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 더욱 거세다. 경제규모에 비례해 EU 분담금을 내는 구조여서 “우리 세금으로 다른 국가와 국민들을 먹여살리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독일(AfD)·프랑스(국민연합)·스페인(포데모스)·이탈리아(오성운동) 등 각국 극우정당들은 유럽 경제난이 단일 통화(유로·Euro) 체제에 따른 무역불균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이 EU에 발을 담그면서도 파운드화를 유지해온 것이나, 종국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코·슬로베니아·헝가리·루마니아 등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이 EU에 가입한 이후부터 유럽 통합 반대 목소리가 대폭 확대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이민장벽이 허물어지만셔 동유럽으로부터 서유럽 국가들로 이민행렬이 이어졌다. 서유럽 국가에선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유럽 국가에 대한 반발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부터는 시리아·이라크 등지에서 대규모 난민이 유입, EU 체계 자체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현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난민들에게는 숙소와 일자리 제공 등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데 이 역시 정부 재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실업률이나 출산률 지표를 보면 저출산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경제인구도 늘려주는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각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혜택을 누린다며 상대적 박탈감 등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EU가 설립(1993년)된 이후 25년 넘는 세월이 흘렀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약속은 대체로 지켜졌다. 하지만 여전히 남부 회원국들은 북부 회원국들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EU 지도자들은 유럽 대륙 전반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배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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