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지열발전이 방아쇠…수백억대 배상책임 누가?

부상 118명·재산피해 850억원…1300명 소송단 증가 전망
1년 전 스위스 바젤 지진 알고도 강행…정부도 책임 불가피
포스코·서울대 등도 컨소시엄에 참여…책임 공방 벌어질듯
사업 주도했던 넥스지오 작년 회생 절차…배상능력 불투명
  • 등록 2019-03-21 오전 1:00:00

    수정 2019-03-21 오전 1: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박일경 기자] 정부 조사연구단이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2010년 당시 이 사업 추진을 결정한 정부와 이를 시행한 컨소시엄 참여 주체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은 건 정부를 포함한 사업 주체의 잘못이 얼마만큼인지 또 배상 책임이 어떻게 나눠지게 되느냐 여부다.

당시 지진은 규모 5.4로 2016년 9월 경주(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했다. 이 때문에 중상자 1명을 포함해 118명이 다치고 민간 주택 581억원, 공공시설 269억원 등 85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포항지진시민대책본부는 이에 지난해 10월 컨소시엄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현재까지 약 1300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물적 피해 외에도 1인당 하루 5000~1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번 발표로 소송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컨소시엄 책임 공방 전망…사업 주관 넥스지오는 작년 회생절차

포항지진이 순수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다양한 사업 주체가 얽혀 있어 어디에 얼마만큼씩 책임이 있느냐는 이후 정부의 조사 과정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2010년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과제를 기획하고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자원개발 및 탐사업체인 넥스지오는 전문가 자문위 등을 거쳐 이듬해 포항을 부지로 선정했고 2017년 11월 지진이 나서 사업이 중단되기 전까지 계속 지열발전 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 공정률은 약 90%, 지금껏 국비 185억원을 포함해 총 391억원이 투입됐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 흥해 대성아파트에 출입을 통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7년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이 기울거나 금이 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제공
이 과정에서 넥스지오 외에도 다양한 주체가 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번 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물 주입 등 연구 전반은 넥스지오가 맡았다. 포스코는 지상 플랜트 설계·건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미소진동에 대한 계측시스템 구축과 모니터링·해석기술 개발, 서울대는 수리자극과 효율 극대화 모델을 제작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시추 최적화 방안, 이노지오테크놀로지는 정책 수립과 사업화 방안을 맡았다.

사업주체들이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국가예산을 수백억원씩 투입해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업을 추진하기 불과 1년 전인 2009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가 지진 유발 논란으로 폐쇄됐다는 점에서 사전에 지진 유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공방이 거셀 전망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바젤과 달리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사업 진행 전 과정의 적정성을 엄중히 조사할 것”이라며 “현재 조사 방법을 놓고 관계부처 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연구단의 결론에 대한 산업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 “피해 포항 시민에 깊은 유감…배상 책임 법원 판단 따를 것”

지열발전이 지진에 영향을 미친 건 확인됐지만 그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도 더 따져봐야 한다. 정부 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induced)’한 게 아니라 ‘촉발(triggered)’했다고 언급했다.

직접 일으킨 게 아니라 간접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연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한 자체 분석에 나섰다.

배상 문제도 남은 과제다. 사업 주체인 넥스지오는 지진 직후인 지난해 1월 경영 악화로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상황에서는 넥스지오가 배상책임을 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우선 배상 후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차관은 “현재 정부와 컨소시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인 만큼 법원에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일 포항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의 서울 송파구 사무실. 연합뉴스 제공
지진 피해를 본 포항 시민사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반겼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부 조사연구단의 결과 발표 땐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시민 200여명이 전세버스를 타고 발표를 지켜봤다.

포항 한미장관맨션 지진대책위 김홍제 공동대표는 “학술적 조사로 진실이 밝혀졌다”며 “앞으로 대책은 논의 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정부는 배상과는 별개로 앞으로 5년 동안 포항시에 2257억원을 들여 주택과 기반시설을 정비하기로 했다.

정 차관은 ”피해를 본 포항 시민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온 힘을 다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영구 중단키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열발전 사업이 추진 중인 곳은 포항 한 곳뿐이고 지진 이후 중단된 상태다. 포항 지열발전 역시 전문가와 안전성 협의를 거쳐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넥스지오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만큼 재원 부담은 정부와 포항시 등 다른 주체가 맡게 될 전망이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정부의 책임 인정과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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