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고령화 시대와 노동시장 정책

  • 등록 2018-12-14 오전 5:00:00

    수정 2018-12-14 오전 5:00: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달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육체노동이 가능한 나이’ 즉 노동력의 가동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1989년 대법원은 가동연한을 60세로 판단하였는데, 3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계속 나오자 이를 정리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상향조정을 주장하는 측은 국민의 기대 수명이 1989년 보다 10세 이상 늘었고 생산가능인구중 고령노동자 비중도 10%포인트(p) 이상 증가한 사실, 미국, 독일 그리고 일본(1989년부터 67세 적용) 법원은 가동연한을 65세 이상으로 보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반대 측은 건강수명은 최근에 오히려 65세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법정 연령을 높이면 보험료 증가 등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현행 유지를 주장하였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대법원이 가동연한 상향조정과 관련하여 공개변론을 열 필요도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연령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72.9세, 73.1세로서 회원권 평균(남성 65.3세, 여성 63.6세)보다 높음은 물론이고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주된 일자리에서 40~50대에 밀려 난 후 육체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일이나 경비직으로 취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자료에 따르면 직전 고용기간이 5년 미만인 50대 이상 재취업자의 대부분,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3명이 은퇴 후 청소·경비업종에 재취업하였다.

대법원 공개토론에서 가동연한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측은 자녀들의 결혼연령이 늘어나는 등으로 인하여 비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어서 노령층 취업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에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노령인구가 처한 상황은 처참하다.

직접 생활비를 부담하는 고령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 58.5%로 늘어났으며,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처분가능 소득을 기준으로 하위 25%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현재 43.7%로 OECD 국가 중 1위이고,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높은 라트비아(22.7%)보다 20%p 이상 높다. 우리나라 노인 4명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되어 충격을 주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중장년층이 한참 일할 나이에 주된 직장에서 밀려나 비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급여가 올라가는 연공급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도입되어 나이에 상관없이 역량과 성과가 있으면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법적 정년이 60세가 되면서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임시적 조치일 뿐이다.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도입되었다면 임금피크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법적 정년 연장을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으나 임금체계의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청년층의 일자리를 없애고 세대 간 갈등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보다 세밀하고 노령층을 배려하는 노동시장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 중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청년층의 단기 일자리 사업에 예산 투입을 집중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어 비정규직 일이라도 할 수 밖에 없는 중고령층 일자리 대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현재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1980년대 국민연금을 도입하며 노동계 등의 반대로 퇴직금 제도를 국민연금의 틀 속으로 통합적으로 편입하지 못한 것이 현재 국민연금의 노후생활 보장이 취약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번에는 노동시장 정책과 연계되는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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