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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시험을 했는지, 원안위의 조치는 적절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①5% 이하였던 열출력 왜 18%까지 폭증했나
22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빛1호기는 지난 10일 10시30분 제어봉 인출을 시작해 단, 1분 만에 출력이 18%까지 상승했다. 한수원 발전팀이 이를 감지해 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해 원자로출력은 10시33분부터 1% 이하로 감소했고, 11시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
1분 만에 출력이 급증한 것은 제어봉 인출 때문이다. 제어봉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장치인데, 8개 제어봉 중 하나에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제어봉과 인출정도에 어느정도 편차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발전팀이 정비부서와 협의를 통해 편차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편차를 잘못 계산해서 제어봉이 예상보다 많이 인출됐고, 원자로 출력이 갑자기 폭증한 셈이다.
②바로 수동정지 않고 12시간 걸린 이유는
한수원이 원자로를 수동 정지한 것은 이날 오후 10시2분경이다. 대략 12시간의 시간이 걸렸다. 원자로 출력이 올라가면서 증기 발생기의 수위가 올라가면 급수 펌프 정지신호가 발생하고, 보조 급수펌프가 가동된다. 보조급수펌프가 가동된 다는 것은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준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보조급수펌프가 가동하면 한수원은 의무적으로 규제기관인 원안위 에 보고한다.
원안위는 이후 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급파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다만 KINS는 한수원에 즉각 원자로 정지를 명령하지 않았다. 한수원의 원자로 수동정지 관련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열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하면 원자로 트립차단기를 개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동정지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한수원은 직원이 운영기술지침서를 제대로 숙독하지 않아 바로 수동정지를 못한 것 같다고 설명하지 않다.
하지만 원안위도 한수원의 운영기술지침서를 승인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원안위와 한수원간 협의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측은 영출력(중성자 수를 제한) 상태에서 실험을 했기때문에 열출력이 18%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KINS측은 계측기에 18%까지 나온 만큼 수동정지해야한다고 강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 측은 “자료 제출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③무면허 정비원이 왜 제어봉을 조작가능?
현재 원안위는 특별사법경찰을 보내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무변허 정비원이 핵분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는데 한수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규정상 원자로 운전은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받은 사람이 하여야 하나,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가 지시·감독하는 경우에는 위 면허를 소지하지 않는 사람도 할 수도 있다. 원자로 조종감독자인 발전팀장의 지시를 받아 정비원이 제어봉을 인출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없다.
즉, 발전팀장이 명확한 지시를 내려서 정비원이 제어봉을 인출했는지, 지시에도 불구하고 정비원이 잘못 제어봉을 인출했는지, 지시도 없이 정비원이 자의적으로 제어봉을 인출했는지 여부가 조사의 핵심이다.
④체르노빌 못지 않은 비상사태였는가
환경·에너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태가 체르노빌 원전 사태 못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안전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실험을 강행하다가 발생했다. 반면 한빛1호기의 경우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시민단체들도 체르노빌 원전과는 작동원리부터 다르다는 점은 인정한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기술지침서를 보면 구체적으로 수동정지를 어떻게 해야할지 기술되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기술지침서를 전면적으로 재점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