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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퇴직연금 계좌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그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
신한금융이 파격적인 퇴직연금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았다. ‘쥐꼬리 수익률’ 오명을 벗는 첫 단계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한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급성장할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개인형 IRP 수익 안 나면 수수료 면제
16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을 아우르는 지주사 내 퇴직연금사업부문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수료 인하안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룹사 중 신한은행이 먼저 실시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은 비(非)이자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공적·사적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에서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은 이견이 크지 않아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규모는 187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2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의 이번 개편안에서 주목할 것은 수수료 면제다.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자영업자 등이 많이 가입하는 개인형 IRP가 그 대상이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로 나뉘는데, 신한금융은 계약응당일(매년 계약일과 동일한 날) 누적 수익률이 0% 이하인 고객에게는 그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두 가지 수수료를 모두 면제하는 건 업계에서 처음”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업조직을 확대하면서 일찌감치 수수료 면제안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회장은 “그 정도(수수료 면제)는 해야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다”며 특별 지시를 내렸다.
신한금융은 또 개인형 IRP에 한해 △만 34세 이하 고객 운용관리수수료 20% 감면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 운용·자산관리수수료 최대 20% 감면 △연금 방식으로 수령시 수령기간 운용관리수수료 30% 감면 등도 결정했다.
이외에 DB형·DC형 사업자 수수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적립액 30억원 미만 기업에 한해 운용관리수수료를 0.02~0.10%포인트 내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사회적기업의 운용·자산관리수수료도 50% 감면하기로 했다.
“면제 정도는 해야 고객에 실질적 혜택”
신한금융은 수수료 개편과 함께 수익률 제고도 추진한다. 그룹 내 GIB사업부문과 신한BNPP자산운용,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리츠운용 등 자본시장 자회사들과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지만 동시에 수익성도 높은) 부동산 리츠, 시회간접자본(SOC) 펀드 등을 퇴직연금과 결합하는 작업을 단계별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은 온·오프라인 전용 플랫폼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 1위는 삼성생명으로 24조6140억원 규모(금융감독원 집계)다. 신한은행(19조640억원), KB국민은행(17조435억원), IBK기업은행(13조8316억원), KEB하나은행(12조6296억원), 우리은행(12조5716억원), 현대차증권(11조27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