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L, 싱가포르에서 ‘성공’..차차, 韓에서 ‘날개 꺾여’
지난 7월26일 엠블파운데이션(MVL파운데이션, 이하 MVL)은 승차공유(Car hailing) 브랜드 ‘TADA(타다)’와 블록체인 기반 모빌리티(승차수단) 보상 서비스를 선보였다. TADA는 우버와 동일한 서비스로 승객은 모바일로 차량을 호출한다. 행선지를 입력하면 예상 요금이 나온다.
우버와 다른 점은 TADA의 블록체인 기반 보상 모델이다. 기사는 별도의 보상을 MVL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안전운행을 하거나 승객들의 후한 평가를 받았을 때다. MVL포인트는 환전돼 거래도 가능하다. 이달 2일 기준 TADA 드라이버(기사)는 9000명, 라이더(승객) 수 2만 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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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서비스 모델은 일반인이 아닌 대리기사가 렌터카를 활용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자가용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현행 법망을 피해가려는 묘수였지만 이마저도 불법 진단을 받게 됐다.
두 스타트업의 운명이 갈린 결정적 요인은 ‘한국이냐 그렇지 않냐’이다. MVL은 서비스 설계 당시부터 싱가포르에서 승차공유 서비스와 가상화폐 상장을 염두했다. MVL 관계자는 “해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모빌리티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반 보상 모델을 결합하기에 한국은 부적합한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코인공개(ICO)가 불법인데다 기사들에 보상을 주는 인센티브 체계도 한국 시장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했던 택시기사 인센티브 모델도 ‘택시 미터기에 찍힌 요금 외 추가 웃돈을 줄 수 없다’라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택시 등 승차 서비스의 가격 구조가 정부의 직접 규제로 저가화돼 있고 생계형 기사가 많다. 우버와 풀러스, 최근 ‘차차’까지도 생계를 내건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규제로 중저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그 결과 풀러스는 지난 6월 김태호 대표가 사임했고 사업 규모와 조직을 축소시켜야 했다. 투자 유치금 220억원도 사실상 날리게 됐다. ‘출퇴근 자유선택제’라는 기존 법망을 피한 서비스로 한국판 우버를 꿈꿨다가 영세 카풀 기업으로 돌아간 것이다.
차차도 마찬가지. 일반 자가용 운전자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규제를 피해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연결하고, 이를 다시 승객과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정부 당국의 불법 판단을 받았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피하면서 발생하는 부담이 사업 비용 부담보다 크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국내 승차공유 시장이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발생하는 투자 역차별 현상이다. 네이버와 현대차,SK 등은 해외 승차공유 서비스 투자에 더 공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는 1억5000만달러(약 1690억원)를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그랩은 지금까지 투자활동을 통해 총 20억달러를 유치했다.
법조계 IT전문가는 “신사업을 위해 규제 혁신을 하면 기득권은 반발하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입지가 위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 등 신산업은 정보와 물자 교류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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