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대신 미싱 몰두하기도”…‘함블리’ 이정은의 위로(인터뷰)

  • 등록 2018-10-23 오전 6:30:00

    수정 2018-10-23 오전 6:30:00

사진=윌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자존감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연극에서 주인공 하던 친구들이 드라마·영화로 왔다 돌아가는 사례를 많이 봤다. 이직해도 텃세가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은 많다. 세상에 작은 역은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본인도 겪었던 상처와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시간은 쓴 약이 됐다. 이제 “TV를 틀면, 영화를 보면 항상 보는 얼굴”이란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부터 영화 ‘미쓰백’까지 종횡무진 중인 배우 이정은이다.

출연작을 살펴보면 팔색조란 말이 어울린다. 영화 ‘변호인’(2013)에선 한쪽 눈썹만 그리고 등장해 웃음을 주더니,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선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 눈물을 쏙 뽑았다.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처럼 푸근한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그이지만, 영화 ‘군함도’(2017) 속 일본 앞잡이처럼 얄미울 때도 있었다. 영화 ‘옥자’(2017)에선 슈퍼돼지 옥자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관객들을 깜작 놀라게 했다. 그야말로 재주꾼이다.

실제로 마주한 그는 훨씬 진지하고 또 따뜻했다. “하늘이 참 아름답지 않느냐”는 말엔 소녀감성이 묻어났고, “고령화 시대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의외의 면도 있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더 많은,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사진=‘미스터 션샤인’ 스틸컷
◇시작은 조연출로…“히트작만 나온 건 아냐”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이정은은 조연출로 대학로에 입성했다. 자신이 연출한 연극이 “크게 망한 후” 연기에 전념했다. 뮤지컬 ‘빨래’로 큰 사랑을 받았고 영화와 드라마 러브콜도 있었다. 영화 ‘와니와 준하’(2001)로 얻은 카메라 울렁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영화 ‘전국노래자랑’(2013)으로 이를 극복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

2015년 tvN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의 성공은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5편의 영화와 4편의 미니시리즈에 출연했다. 독립영화나 단막극을 더하면 출연작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성공한 작품에 이정은이 있다는 말에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꼭 그렇진 않다”는 그는 “모두 공평한 발언을 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젊은 친구들과 융화가 잘되는 게 제 장점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미지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순하고 친근한 인상이 매력인 그는 “스릴러물이나 공포영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켜본 적도 없지 않느냐”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거절을 잘 못한다. 대본이 다 매력이 있다. 분량을 떠나 전체를 볼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매니저를 피곤하게 만드는 배우가 됐다. 혼자 가겠다고 할 때도 있다. (뿌듯한 표정과 함께)최근엔 CF도 찍었다. 똑같은 멘트와 동작을 반복하는데 새로운 세계였다.”

사진=‘아는 와이프’ 스틸컷
◇엄마 혹은 아내, “실은 미혼입니다”

누군가의 엄마이거나 아내. 그동안 주로 맡은 캐릭터다. 실제론 미혼이다. “열렬한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늘 극중에서 진짜 엄마 혹은 아내 같다는 말에 “노인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항상 있다”고 답했다.

“춤 동호회 같은 모임을 많이 했다. 더 이상 무용을 할 수 없는 댄스 스포츠 선생님, 취업이 어려운 고학력자, 싱글맘 등 모두 적당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공감대가 형성되니 넓은 의미에서 가족 같은 관계가 되더라. 직계 가족만으로 현대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엔 소위 ‘운동권’ 학생이었다. 그는 ‘공평한 마음’을 강조하며 “완장을 차고 다른 사람을 찍어 누르는 걸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도 평등이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배우, 스태프 모두 수평적인 환경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품성을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럴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사진=영화 ‘변호인’ 스틸컷
◇“좌절한 순간도 있었죠.”

인터뷰 내내 유쾌한 농담을 던지던 그에게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의 눈빛이 좀 더 깊어졌다. “욕심에 비해 역할이 작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며 “어떻게 매순간 나만 주목 받나. 배역에도 운이 있다. 누가 어찌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럴 땐 그가 추천한 방법은 “어깨의 ‘뽕’을 빨리 빼는 것”이었다.

“‘오나귀’ 이후 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KBS2 ‘월계수 양복점’(2016)이란 주말극에 출연했다. 함안댁처럼 주인공 조윤희 씨와 항상 나오는 인물인데 예상보다 대사가 매우 적었다. 그래서 미싱에 매달렸다. 진짜 재봉사인줄 알았다고 하더라. (웃음) 복잡했던 속마음을 미싱에 담은 것뿐이었다. 선배님들이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셨고 스스로도 많이 배웠다.”

그의 차기작은 JTBC 새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제)였다. 그 사이 오래 전부터 마음먹은 아버지와의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배우로서 목표를 물었다.

“좋은 에너지, 좋은 영향력을 줬으면 한다. 못난 배우가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악역을 통해 ‘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줄 수도 있다. 다양한 배우,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면 시청자와 관객이 받는 영향도 다채로워 질 거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극적으로 생긴 배우들이 선호됐지만 요즘은 그 층이 넓어지지 않았나. 여성 캐릭터도 점점 입체적이다. 엄마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그 안에 저도 한 몫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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