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싼 재건축 아파트 '보류지 물건' 재조명

하반기 서울 45개 단지 물량 대기
입찰 최저가가 시세 대비 낮게 책정 ''매력''
대출규제 여부 등 자금계획 세워야
  • 등록 2019-05-08 오전 5:00:00

    수정 2019-05-08 오전 5:00:00

서울 재건축재개발 주요 보류지 매각 기준가 및 낙찰가(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오는 6월 입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 SK VIEW’(휘경2구역 재개발) 아파트에 나온 보류지 8가구는 기준가보다 1억원이나 비싼 가격에 팔렸다. 지난달 23일 입찰 결과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는 최저 입찰가가 4억9800만~5억3240만원에 나왔지만 이보다 1억원 넘는 6억423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7억원.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나오자 투자자들이 몰렸다.작년 9월 직전 최고 거래가(5억9900만원)를 뛰어넘는 신고가다.

입찰 최저가가 시세 대비 낮게 책정 ‘매력’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집값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 주택시장에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보류지 물건’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보류지란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물량이 누락되는 등 만일에 사태를 대비해 분양을 하지 않고 여분으로 남겨두는 물량이다. 계약을 포기한 조합원 가구도 여기에 포함된다. 보류지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조합이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남겨놓을 수 있다. 통상 10가구 안팎으로 물건을 빼놓는 편이다.

보류지는 가구수가 극히 소량인데다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매각 소식을 알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매각 공고는 아파트 완공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조합이 신문 등을 통해 한다. 입찰 시점은 조합이 정하기 나름이라 사업장마다 다르다. 매각은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한다. 조합이 공고문에 제시한 입찰 최저가(매각 기준가)보다 더 비싸게 입찰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이다.

보류지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메리트다. 조합에서 제시하는 ‘입찰 최저가’가 시세 대비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보류지 물건은 준공을 몇달 앞둔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의 ‘후분양’으로 주변 단지와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직관적인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며 “입찰가를 잘만 적어 내면 시세보다 낮은 값에 사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입주한 성북구 정릉동 ‘길음뉴타운 롯데캐슬골든힐스’(길음3구역 재건축) 아파트 조합도 지난달 보류지 3가구를 매각한 바 있다. 전용 59㎡ 2가구와 전용 84㎡ 1가구를 각각 5억5000만원, 7억2000만원의 매각 기준가로 입찰했고, 그 결과 한차례 유찰 끝에 결국 전용 59㎡ 2가구는 모두 팔려나갔다. 인근의 길음뉴타운 단지들보다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가량 싼 가격 덕분이다.

고덕 그라시움 보류지 13가구 일주일간 매각

강남구 일원동에 작년 11월 입주한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현대사원아파트 재건축)’도 보류지 매각에서 한 차례 고배 끝에 몸값을 낮추자 곧바로 수의계약으로 주인을 찾았다. 작년 말 처음으로 보류지 3가구(전용 59㎡·71㎡·121㎡)를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매각에 나섰다가 유찰된 이후 이전보다 3억원 가량 몸값을 낮추면서 매각에 성공했다. 전용 59㎡A와 71㎡C는 각각 14억9000만원, 16억5000만원에 수의계약을 통해 주인을 찾았고, 현재 전용 121㎡(24억5000만원)만 남은 상태다.

일원동A공인 관계자는 “최근 보류지 매각가격은 이전에 팔린 분양가 실거래가 대비 2억~3억원씩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전용면적 71㎡짜리 호가가 16억5000만~1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의 시세 차익보다 장기적인 가치를 내다보고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올 들어 서울 신규 분양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의 ‘줍줍’(미계약 물량을 줍고 또 주워 담는다는 신조어)현상과도 맥락이 맞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무주택자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하자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 당첨 기회가 막힌 유주택자의 새로운 내 집 마련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유주택자의 새 아파트 진입 문턱은 높은데 반해 상대적으로 보류지는 진입 장벽이 낮아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조달·시세 꼼꼼히 따져야

올 하반기부터 내년 연말까지 서울에서 45개 단지에서 5만 가구 넘게 입주를 앞둔 만큼 보류지 물건도 상당수 쏟아진다. 강동구 고덕동에서는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 조합은 총 13가구 보류지 매각을 실시한다. 입찰일은 오는 7일~15일이다. 매각 기준가는 전용 59㎡ 7억5480만~8억280만원, 전용 84㎡는 9억7625만~10억3500만원이다. 지난 2016년 10월 분양 당시 전용 84㎡가 7억1500만~8억2800만원에 분양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보류지 매각가는 2억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 파크자이’(답십리14구역 재개발)도 보류지 3가구를 오는 매각하고 있다. 전용 49㎡ 6억5000만원, 전용 59㎡ 7억5000만원, 전용 84㎡ 8억7000만원 등이다. 오는 10일까지 입찰을 받고 당일 개찰을 진행해 최고가를 써낸 이가 낙찰을 받게 된다.

다만 문제는 대출여부다. 보류지는 최초 계약 시점에 낙찰가의 10%를 현금으로 일시납하고, 계약 1개월 뒤 낙찰가의 40%는 중도금, 입주 시점에 나머지 50%를 잔금으로 치러야 한다. 고 원장은 “현재 서울 등 조정지역내에서 1주택자는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만큼 대출 여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며 “특히 입주 시점에 전세를 끼워넣어 잔금을 마련하려는 일종의 ‘갭투자’로 접근할 경우 현재 전세값이 약세장에서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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